과학생태계 정상화한 새정부…"성과독촉 말고 지원범위 늘려야"
[李대통령 100일]"소액과제 늘려야 연구자 유입 활성화"
"기초연구는 다양성…출연연은 대형임무 집중시켜 성과 극대화"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새 정부가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후 성장동력을 잃은 연구 생태계를 정상화하고 있다. 관련 예산 복원을 넘어 역대급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단기 성과를 독촉하기보다 인공지능(AI)과 양자 시대에 대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7일 과학기술정통부에 따르면 내년 전체 R&D 정부안은 역대 최대인 35조 3000억 원으로 계획됐다. 타격이 컸던 기초연구 부문은 올해 대비 17.2% 늘어 2조 74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 진흥 의지를 보인 만큼 성장전략을 세밀하게 세워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술 경쟁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연구계는 입을 모은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건 지난해 R&D 삭감 근거로 작용했던 성과주의다. 단기 성과만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는 건 연구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의 도전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원인이 돼 왔다.
특히 적극적인 연구 도전을 유도하려면 기초연구 부문에서의 다양성을 보장해 주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초연구 취지는 사업화·응용이 아닌 지식 확장에 있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이에 동의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지난달 경희대 현장 방문에서 "정부의 특정 투자 방향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고 신진 연구자들을 독려했다.
곽시종 기초과학 학회협의체 회장은 "연구 성과가 부진하면 연구비를 적게 줄 수도 있지만 연구를 못할 정도로 투자를 줄여 연구자 풀 자체가 줄어드는 게 문제"라며 "소수의 대형과제보다 사업비를 쪼개더라도 소액 과제를 늘려 연구 범위를 확대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현장을 떠난 연구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인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곽 회장은 학문 분야별 연구비 상한을 차등화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연구범위 확대와 예산의 효율적 배분을 적정선에서 조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연구계는 △예측 가능한 지원 △정성적·정량적 평가 간 균형 △우수 성과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문화 △부실 학술지 문제 해결 등을 새정부에서 풀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신 국가 임무를 맡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성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새 정부가 출연연 주요 재원이었던 '연구과제중심제'(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대형 임무에 역량을 모아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PBS는 출연연 연구자가 정부 연구과제를 수주해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파편화한 소액 수탁과제를 따내느라 현장 부담이 상당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매년 수탁과제를 줄여 기관 출연금으로 재배분한다. 연구자가 인건비 부담 없이 임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과출협) 등 현장도 방향성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과출협 관계자는 "PBS 개선과 함께 기관 운영의 자율성 보장,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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