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실명계좌, NH농협과 다시 손잡나…카뱅과는 사실상 틀어져

카뱅과 계약 무산된 빗썸, 농협은행과 '재계약' 가능성에 무게
계약 만료 3주 앞으로…"이제와 교체하기엔 시간 부족"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고객센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가 디지털 가상자산 사업자의 임의적 입출금 차단으로 이용자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수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2.11.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실명계좌 제공을 위한 국내 은행으로 기존 파트너인 'NH농협은행'과 다시 손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후보로 거론되던 카카오뱅크와는 사실상 계약 체결이 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오는 24일로 농협은행과 맺은 실명계좌 제공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농협은행과 막바지 재계약 협상을 진행중이다.

빗썸과 NH농협은행 측 모두 '아직 발표할만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 수수료, 계약 기간 등을 두고 협상 조건을 논의하는 막바지 단계로 보고 있다.

◇빗썸, 카카오뱅크와는 사실상 틀어진 듯…"선택지가 없다"

빗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20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한 카카오뱅크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새로운 실명 계좌 제공 은행에 대한 물색 작업을 활발히 벌여왔다. 암호화폐 거래 고객층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활용빈도가 높다는 점도 빗썸에겐 매력적인 요소로 부각됐다. 실명계좌 은행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빗썸의 여러가지 '사법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면서 계약은 사실상 틀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입장에선 실명계좌 제공에 따른 수수료가 연간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등 미미한 수준인데 복수의 가상자산거래소와 계약을 확대할 경우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 감시 대상에 노출되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 업계 3위로 분류되는 코인원에게 실명계좌를 내주기로 결정하고 제휴 사실을 공표했다. 이미 코인원과 계약을 맺은 이상 빗썸과 추가 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빗썸과 논의했던 것을 두고 <뉴스1>에 "실무진끼리 크게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두고 몇 차례 만난 정도"라며 "계좌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만료 시점 고려할 때 교체 아닌 재계약 가능성 높아"

실명계좌 계약 만료 시점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타 은행으로의 교체가 아닌 NH농협은행과 재계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통상 30일 정도에는 (실명계좌 관련 사실을) 공표를 한다"며 "혹여 계좌 은행이 교체된다면 마케팅 측면을 위해서라도 확정된 직후 재빨리 공개해야 마케팅 기간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들이 변경 내용을 인지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고 말했다.

빗썸 측도 이 같은 내용에 공감하며 실명계좌 계약과 관련해 '발표할 내용이 있다면 적시에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고객센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가 디지털 가상자산 사업자의 임의적 입출금 차단으로 이용자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수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2.11.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자금세탁방지 감시 고삐 당기는 당국…"안정성 생각하면 농협과의 계약이 무난해"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AML)와 관련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감시 체계를 여전히 강하게 유지 중인 점을 고려하면, 현 빗썸의 상황상 5대 시중은행으로 꼽히는 NH농협은행과의 재계약이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빗썸은 금융감독원 출신인들을 영입하면서 당국의 자금세탁방지 관련 검사에 대응하면서 당국과의 점점 늘리기에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이미 NH농협은행과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실명계좌 계약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 이슈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익숙하면서도 수월하다는 점'도 있다.

금융당국도 거래소와 시중은행이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할 때 가장 주시하는 것이 자금세탁방지 능력의 유무다.

실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와 시중은행에게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단순히 사업성 측면만 고려하지 말고 AML 리스크 측면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거래소는 우수한 AML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은행도 은행 자신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연계사업을 커버할 수 있는 충분한 AML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실제 올해 상반기 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체계 구축 및 운영 현황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실제 가상자산 업계에 '1은행-1거래소'라는 원칙을 권고한 바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당국의 이 같은 권고 내용을 살펴봤을 때 은행이 복수의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것은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

◇농협은행이 빗썸과 함께 할 이유는…"비이자이익 채널로 활용"

실명계좌 확보가 급한 빗썸의 입장과 달리 NH농협은행의 경우, 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굳이 빗썸에게 실명계좌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다. 5대 시중은행에 드는 농협은행의 입장에서, 매해 100억원 이하의 수수료 수익을 챙겨주는 빗썸에게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굳이 계좌를 내어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사업의 다각화 측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실명계좌 계약에 있어서 장점으로 꼽힌다. 또 최근 당국으로부터 은행권이 '돈잔치' '약탈적 영업'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이자이익 성장을 위한 채널로도 활용할 수 있다.

◇ 협상 타결을 위한 변수는 수수료와 계약 기간

업계에서는 빗썸이 농협은행과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 중 수수료와 계약 기간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실에 따르면 실명계좌를 내주는 대신 출금 건당 농협은행은 200원씩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입금 수수료는 300원대다. 또한 실명확인서비스 운영수수료 명목으로 약 200원의 수수료도 받고 있다.

양사는 2018년부터 실명계좌 제휴 계약을 이어왔는데 통상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다가 지난해 3월, 1년 단위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 기간을 더 늘릴지, 다시 6개월 단위로 좁힐지 등도 양사의 계약에 있어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빗썸 관계자도 은행과의 실명 계좌 계약건과 관련해 "수수료와 계약 기간이 중요한 검토 요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