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민 클레이튼 이사장 "조직·토큰경제 개편으로 증권성 우려 없앴다"
[인터뷰]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
조직·토큰경제(토크노믹스) 전면 개편한 클레이튼…'탈중앙화'에 다 걸었다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출범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가상자산 클레이(KLAY) 미유통 물량의 73%를 소각하기로 한 데다 운영사였던 크러스트의 주요 인력은 카카오 지분이 없는 독립단체 '클레이튼 재단'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 발행사가 보유한 코인 물량 대부분을 없애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까지 한 번에 진행한 셈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장기간의 고민이 따랐다. 클레이튼 입장에선 재단 운영비로 쓰일 수 있는 물량 대부분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카카오 지분이 없는 독립단체가 클레이튼 운영을 맡게 되는 만큼, 카카오의 일원으로서 얻었던 장점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클레이튼이 얻게 되는 것이 있다.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인 탈중앙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인을 발행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특정 회사에 지나치게 귀속될 경우, 즉 탈중앙성이 부족할 경우 해당 코인의 '증권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최근 가상자산의 증권성 문제가 화두인 상황에서 클레이튼은 조직 개편을 통해 이 같은 논란을 어느 정도 예방한 셈이다.
또 운영사가 사용한 물량이나, 향후 사용할 수 있는 물량으로 인해 코인 가격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재단이 보유한 물량 자체가 대폭 줄어드는데다, 남은 물량은 클레이튼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투표 및 승인을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빠진 '클레이튼 재단'으로 대이동…증권성 우려 불식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지난 2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조직 개편을 통해 '증권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메인넷을 출범한 이래 클레이튼 관련 사업은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가 주도해왔으며, 지난해 초 역시 카카오 계열사이자 싱가포르 법인인 크러스트로 이관됐다. 이후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크러스트 주요 인력이 클레이튼 재단으로 이동, 앞으로 클레이튼 운영은 독립단체인 재단이 전담하게 된다.
서 이사장은 "가상자산이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해당 자산이 '증권형 토큰'인지의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며 "클레이는 확실한 유틸리티토큰이고, 증권형이 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비증권형'으로 확실히 인정을 받으려면 특정 주체가 프로젝트를 리딩(Leading)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계열사를 벗어나 탈중앙화된 단체인 재단이 클레이튼을 맡기로 한 데엔 증권성과 관련한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재단은 기존 기업과 다르게 노드 그룹인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들의 투표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어 서 이사장은 "가상자산의 증권성과 관련한 규제가 꾸준히 나오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선 조직 개편도 규제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와의 소통을 비롯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조직 개편은 필요했다. 서 이사장은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 외부에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면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매우 많다"며 "재단에서 직접 소통할 경우, 카카오의 입장까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엄격한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이점이나, 카카오의 일원으로서 얻어온 장점 역시 줄어들 수 있다. '카카오 블록체인'으로서의 장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리스크에 대해 서 이사장은 "재단은 주식회사가 아니므로 주주가 없고, 카카오의 지분 역시 없는 독립단체이지만 클레이튼 프로젝트 자체가 카카오와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는 물론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계 회사들이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주요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있고,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들도 카카오 계열사들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클레이튼의 직원들은 카카오에서 떨어지는 것이 맞지만, 카카오 자체가 클레이튼에서 떨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미유통량 73% 없앤다…나머지도 유용하게 못 쓰면 '소각'
조직 개편과 더불어 가장 큰 변화는 클레이튼의 '토큰 경제(토크노믹스)' 상 변화다. 지난 22일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 미유통물량 약 74억8000개 중 73%인 52억8000개를 소각하는 방안을 거버넌스카운슬(GC) 투표에 부쳤다.
나머지 물량 중 1억 9700만개가량은 그라운드X에 개발 용역 잔금으로 지급한다. 잔금 지급 후에도 남는 20억개는 클레이 가치 제고 리저브(KLAY Value Creation Reserve, KVCR)'로 분류해 재단이 관리한다. 단, KVCR은 GC 구성원들의 승인을 거쳐 클레이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이른바 '빅 딜'에 사용될 예정이다.
서 이사장은 '빅 딜'과 관련해 "클레이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거나, 클레이 토크노믹스(토큰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경우에 사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클레이를 결제에 활용하겠다고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리저브를 사용한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클레이튼은 거래 수수료로 쓰인 클레이의 50%를 소각하는 구조이므로 결제에 활용해 거래가 늘고, 소각되는 클레이가 늘어나면 클레이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빅 딜'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클레이튼은 3년 안에 적절한 곳에 사용하지 못할 시 전량 소각하겠다는 조건도 이번 제안에 담았다.
3년이라는 '제한 시간'을 둔 이유에 대해 서 이사장은 "클레이튼은 3년 8개월 메인넷을 운영해오면서 느낀 게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의 시간은 다른 업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3년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라며 "3년 안에 유용하게 쓰지 못하면 소각하기로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픈 손가락' KGF도 개편…"GC 투표 거쳐야만 집행"
클레이튼은 '아픈 손가락'이었던 클레이튼성장펀드(KLAYTN Growth Fund)도 이번 기회에 재정비했다. 본래 '클레이튼성장펀드(KGF)'와 '클레이튼향상리저브(Klaytn Improvement Reserve, KIR)'는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등 클레이튼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들에게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마련된 재원이었다.
KGF와 KIR의 재원은 클레이튼 블록 생성 시 새로 발행되는 클레이다. 클레이튼에선 블록 1개가 생성될 때마다 6.4개의 클레이가 새로 발행되는데, 그중 50%는 블록을 생성한 노드에게 보상으로 지급되고 40%는 KGF로, 10%는 KIR의 재원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KGF 및 KIR의 자금을 받은 프로젝트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계속 나오면서 클레이 투자자들은 KGF의 방향성을 지적해왔다. 자금을 받은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 생태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에 클레이를 팔아 가격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에 클레이튼 재단은 이번 토크노믹스 개편을 계기로 KGF 및 KIR의 방향성도 바꾸기로 했다. 재단은 KGF와 KIR을 '클레이튼 커뮤니티 펀드(Klaytn Community Fund, KCF)'로 통합하고, GC 구성원 및 투자자 커뮤니티와 함께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 및 지원하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이전과 달라지는 점은 유망한 프로젝트를 재단이 직접 발굴하는 게 아니라, GC 구성원들의 투표 및 승인을 거쳐 발굴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서 이사장은 "KCF의 용도는 과거 KGF와 범위가 비슷하나, 집행할 때마다 건 별로 GC의 승인을 받고 집행한다"며 "집행 검토 과정에 GC의 목소리가 들어가고, 홀더 커뮤니티도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GC뿐 아니라 커뮤니티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밝힌 이유는 투표를 거버넌스 포털 '클레이튼 스퀘어'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투표는 GC 구성원들이 하지만, 일반 클레이 투자자들도 클레이튼 스퀘어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서 이사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클레이튼 스퀘어의 '온체인 투표' 기능이 활성화되면 일반 투자자들도 GC 구성원에게 클레이를 예치(스테이킹)함으로써 투표권을 위임, 클레이튼 생태계 및 KCF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KCF의 재원은 블록 생성으로 새로 발행되는 클레이의 30%다. 즉, 블록 1개가 생성될 때마다 6.4개의 클레이가 새로 발행되면 50%는 기존처럼 노드 보상으로, 30%는 KCF의 재원으로 쓰이게 된다. 남는 20%는 '클레이튼 재단 펀드 (Klaytn Foundation Fund, 이하 KFF)'에 쓰인다. KFF는 재단 운영과 신규 GC 유치 등에 쓰이는 자금이다.
서 이사장은 "재단 펀드는 모든 집행 계획을 사전에 공유하고, 집행 시 그 내역을 커뮤니티에 일일이 공개할 것"이라며 재단 운영을 위한 자금도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쓰겠다고 강조했다.
◇'제로 리저브' 등 트렌드도 인지…'퍼미션리스(개방형)' 블록체인 속도
클레이튼이 이처럼 파격적인 조치를 감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서 이사장은 투자자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제로 리저브' 등 최근 블록체인 업계의 트렌드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재단이 보유한 미유통 물량을 소각하는 '제로 리저브'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라인블록체인이 '제로 리저브'를 선언하며 이 같은 시도를 감행했고, 페이코인 역시 자체 보유 물량을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서 이사장은 "물론 이번 조치는 훨씬 예전부터 논의하고 있던 것이지만, 제로 리저브 같은 최근 트렌드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리저브라는 것이 홀더(투자자)들에게는 언젠가 풀릴 수 있는 미유통 물량이지만, 발행 재단에는 향후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재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투자자들의 목소리와 재단의 운영 간 균형을 찾기 위해 긴 시간 동안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클레이튼은 이번 개편을 계기로 완전한 '퍼미션리스(개방형)' 블록체인으로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클레이튼 측과 사전에 협의한 기업들만 GC 구성원으로 참여했으나, 향후에는 누구나 GC가 돼 클레이튼의 블록을 생성하고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GC 투표를 통해 최종 공개됐다.
퍼미션리스 블록체인으로의 전환 계획에 대해 서 이사장은 "상반기 중 퍼미션리스 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공개할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설계한대로 구현해서 테스트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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