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KT 강남IDC 화재 겪고도…SK C&C '배터리 발화 리스크' 방치
KT클라우드, IDC 화재 후 리튬이온배터리 전량 교체
카카오 "근본 문제는 배터리 화재"…SK "사고 근본 문제 찾을 것"
- 정은지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카카오 먹통 사태를 야기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정전의 책임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SK C&C의 배터리 화재 리스크에 대한 미비한 대처가 도마위에 올랐다.
배터리 화재 리스크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불과 2년전, KT 강남 IDC에서 배터리로 기인된 유사한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SK C&C가 '대형 재난'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먹통' 야기의 시작은 SK C&C가 운영하는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 내 배터리 1개다. 해당 배터리는 SK그룹 계열사인 SK온이 만든 리튬이온배터리로 전기실 바로 옆에 있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장기간 충전상태로 두는 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 과열로 인한 데이터센터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KT 강남 IDC에서도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당시에는 빠르게 진화해 이번과 같은 대형 장애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열에 취약한 배터리로 시작된 IDC 화재를 계기로 KT클라우드는 지난해 리튬이온배터리를 납축전지와 리튬인산철배터리로 전량 교체했다.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열효율도 낮지만 향후 있을지도 모를 더 큰 대형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나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은 데이터센터에 회전형 다이내믹 UPS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회전체를 움직여 운동에너지 생성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배터리가 필요없는 구조다. 다이내믹 UPS의 경우 유효수명이 25년으로 배터리 유효수명인 10년보다도 길지만 설치 비용은 다소 비싼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정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 정책관은 "KT클라우드는 리튬이온배터리로 화재가 발생한 이후 배터리를 전부 교체한 경험을 공유했다. 모 기업은 그룹사 전체 차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를 아예 안 쓰기로 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어느 유형의 배터리든 위험성은 다 있다. 건물의 구조적 문제로 (배터리를 교체하기에) 한계가 있어서 사업자들이 고민하고 있다. 일시에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서비스 장애를 빚은 카카오 측에서도 SK C&C의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화한 불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리튬배터리가 이번 화재 원인인데, 이를 보조전원장치로 사용하면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남아있다"며 "SK측에서도 공간은 많이 차지하지만 납축전지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SK C&C의 판교 데이터 센터 전기실 내 배터리실에 설치된 가스계 소화 설비가 이번 화재를 진압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IDC에) 이산화탄소로 불을 끄는 장치가 있었는데, 전문가가 판단해야겠지만 화재를 진압하기에 좀 부족해 보이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가스계 소화 설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됨에 따라 뒤늦게 지난 2월 제정된 소방청 고시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준'에는 '배터리 보관시설'의 스프링클러 설비를 의무화하고 스프링클러의 성능과 설치 규정이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규정이기 때문에 SK C&C는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다. 즉 소방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SK C&C 관계자는 "배터리 교체 등도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고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를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체적인 방안들을 다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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