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발톱 드러낸 'IDC 배터리' 문제…보험업계는 3년전부터 대응
3년전 화재 전문가들이 경고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산업부 5월 "ESS와 UPS 유사" vs 10월엔 "기술적으로 다르다" 오락가락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의 배터리 안전 문제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화재보험업계에서는 3년전부터 대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화재 보험 업계는 '리튬이온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안전관리 가이드'를 제정하는 등 배터리 안전사고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카카오 먹통은 SK C&C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K C&C의 판교 데이터 센터 전기실 내 배터리실에는 가스계 소화 설비가 있었지만, 초기 진화에는 실패했다. 이 가스계 소화 설비는 법적으로는 안전기준 범위 내에 있어 소방점검 당시에도 별다른 문제 지적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가스계 소화 설비로는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배터리 관련 소방 규제는 없었지만 리튬 배터리 화재는 그 이전부터 이미 발생했다. 2020년 발생한 KT의 강남 IDC 화재로 KT와 KT클라우드는 배터리 화재 사고를 경험한 뒤 지난 2021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모두 납축전지와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꿨다.
◇3년전 화재 전문가들은 경고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2019년 이미 화재전문가 사이에서는 '가스계' 소화 설비가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논의되고 있었다.
2019년 6월 화재보험협회 웹진에 실린 '국내 ESS 화재 현황 및 안전관리 기준'에 따르면 "가스계소화설비도 설치는 가능하나 진압 실패사례가 확인되고 재발화 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가급적 (스프링클러와 같은) 수계소화설비 설치를 권장한다"고 되어 있다.
SK C&C에서 화재가 발생한 설비는 무정전 전원장치(UPS)고, 화재보험협회 웹진에서 다루는 대상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현재 주로 쓰이는 UPS와 ESS는 주로 리튬이온배터리를 밀집시켜 사용하는 유사성이 있다.
'국내 ESS 화재 현황 및 안전관리 기준'에서는 "리튬이온 방식은 다른 방식에 대비하여 단위 질량당 에너지, 단위 체적당 에너지 성능이 우수하여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은 한국 실정에 적합하다"며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 기술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만, 리튬이온 방식은 다른 방식 대비 상대적으로 화재위험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SS와 UPS라는 용도의 차이 이전에, 리튬 이온 배터리 자체의 화재 위험성을 경고한 대목이다.
아울러 화재보험협회는 2018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대한 안전가이드 라인을 2018년 12월에 제정해 공개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진압 방법으로 대량의 물 등을 이용한 '냉각'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로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 효과를 이용하는 가스계 소화 설비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
2019년에도 있었던 '가스계 소화 설비'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현재 2022년 2월 제정된 소방청 고시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준'(NFSC 607)에 반영된 상태로 보인다. 해당 규정에서는 '배터리 보관시설'의 스프링클러 설비를 의무화하고, 스프링클러의 성능과 설치규격이 정의됐다.
2019년 이미 제기된 '가스식 소화 설비'에 대한 우려가 2022년에야 제도화된 배경에는 △규제를 위한 근거 자료 확립 △규제 심사 과정 등 불가피한 절차에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다만 안전 기준은 전기저장시설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번에 문제가 된 UPS에는 해당하지 않고,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ESS 안전규제를 UPS에 대해서도 준용할 수 있다는 5월 산업부의 입장을 고려하면 규제 논의가 좀 더 빠르게 이뤄졌다면 '카카오 먹통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방당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에 발생한 UPS에 대한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했다.
◇2022년 봄날의 산업부 "UPS는 ESS와 유사"…가을의 산업부 "기술적으로 달라" 말바꿔
산업부는 지난 19일 한 언론의 '전기저장장치 안전 우려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무정전 전원장치(UPS) 장치가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앞서 5월에는 유사하다고 바라보는 등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ESS에 대해서는 안전 관리를 강화해가고 있다"며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UPS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업계 의견수렴, 특별 안전점검, 공청회 등을 거쳐 UPS 안전기준(안)을 마련하고,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UPS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ESS와 UPS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산업부는 "ESS와 UPS는 용도와 기술적 측면 등에서 상이하고, 최근 경제성(수명, 설치면적)으로 인해 UPS에 주로 사용되던 납축전지가 리튬배터리로 교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월의 산업부는 입장이 달랐다. ESS의 안전규제를 UPS에 준용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ESS 안전 강화대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에서 "UPS는 전기저장장치와 유사하므로 대부분 전기저장장치안전기준을 준용하고 설치환경, 시설기준(전력변환, 배터리 등), 이격거리 등은 다르게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산업부가 ESS와 UPS같은 용도에 관계없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취약성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 추정되는 대목도 5월의 보도자료에 있다. 보도자료에는 △비리튬계·장주기·고신뢰 전기저장장치를 개발·보급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안전기준 구체화 등 '리튬 이온 배터리'의 대안에 대해 다뤘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UPS는 여러 개의 리튬이온배터리로 이루어져 있고 예비 동력원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산업부 대책에서 언급된 ESS 뿐 아니라 비상용발전설비와도 유사하다"며 "시행규칙으로 규정되는 안전관리 대상에 UPS만 포함하지 않는 것은 전기안전공사의 사고예방에 대한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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