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는 코인사기]②"송OO NFT로 10배 현혹한 뒤...코인 줄게 현금 다오"

"최근 유명인 이용해 투자자 홀린 뒤 락업 코인 지급"
"락업 코인 받은 이들, '세력질'에 피해…투자 주의해야"

편집자주 ...자산시장 붕괴로 곳곳이 비명이다. 깊어지는 침체의 그늘에 절박해진 투자자들을 노리는 '코인사기'가 판친다.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검은손'이 독버섯처럼 퍼져가고 있다. 가상자산 종류가 다양해지고, 시장에 흐르는 자금 규모도 커진 만큼 사기 수법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비해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인 탓에 예방은 여전히 어렵다. <뉴스1>은 진화한 코인 사기 수법을 짚어보고 피해를 미연에 막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XT.COM에서 거래 중인 F사의 토큰. (XT.COM 거래 화면 캡처)

(서울=뉴스1) 김지현 박현영 박우영 기자 = #"우리 송OO NFT 판매하는 곳이고, 세계 26위권 거래소에 상장도 돼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는 사이니까 특별히 싸게 드릴게. 10배 정도는 보장해요."

평소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있었던 A씨는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소액으로 투자를 이어온 직장인이다. 그는 최근 F사 관계자라고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로부터 현금 300만원을 이체하면 토큰을 싼값에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엔 의심을 했지만 A씨는 유명인 '송OO'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판매하는 회사라는 말에 믿고 투자했다. 실제로 F사는 유명 가수인 송OO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둔 상태였다.

결국 A씨는 토큰을 거래소가 아닌 F사 관계자의 말대로 개인 지갑에 받았다. 처음 만들어보는 가상자산 지갑이지만 안정적이라는 말에 의심 없이 지갑으로 토큰을 받았다.

관계자는 거래소 시세를 가리키며 약 2달러에 가까운 가격이지만 아는 사이니 토큰을 반값에 가까운 1달러 시세로 지급해주겠다고 했다.

A씨는 의심 없이 토큰을 받은 뒤 지갑에 토큰을 넣어놓고 있었지만 코인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진다는 주변 얘기에 F사의 토큰을 매도해보려 했다. 그러나 A씨가 받은 토큰은 거래소에 있는 다른 코인들처럼 매도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본인 마음대로 팔지는 못하는 상황이란 걸 인지했다.

알고 보니 F사에서 한 달에 25%밖에 코인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토큰에 ‘락업’을 걸어놓고 있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락업이란 보유한 토큰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주식시장의 보호예수제도와 같다. 초기 기관투자자가 아닌 A씨의 토큰에 락업을 걸 이유는 없었다. 그때부터 A씨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A씨는 F사와 관련한 정보들을 찾아봤다. 사기성이 의심된다는 글을 본 뒤로는 불안에 빠지기 시작했다. 앞선 코인 사기 사례들과 굉장히 유사한 수법인 '현금 주고 개인 지갑에 토큰 받기' '매도하지 못하도록 락업 걸어놓기' 등에 본인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시세보다 코인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준다는 내용의 스팸 문자. 최근에는 특정 연예인과 '관계성이 있다'는 식으로 엮어서 코인을 판매하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 "'시세보다 싸게 주겠다' 식의 사기성 수법…최근에는 유명인 이용해 일반 투자자 홀려"

A씨가 당했다는 이 같은 사기성 수법은 국내 블록체인 산업 초기부터 발생해왔다.

거래소 이용 환경이 다소 어려운 사람들에게 '편의성이 장점'이라며 직접 현금을 받고 토큰을 넣어주는 영업 행위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지난해부터 크게 유행한 NFT를 이용해 토큰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진화했다. 특히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업해 특정 유명인의 NFT를 만들었다거나 유명인과 '계약을 했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유명 가수 덕에 여러 사람에게 뿌려진 F사의 토큰은 지난 8월 4일 XT.COM이라는 거래소에 상장됐다. A씨는 해당 거래소에 상장한 후 토큰을 받은 경우지만, 취재 결과 거래소 상장 전부터 F사의 토큰을 받은 이들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더 심각해진다. A씨 같은 일반 투자자들은 보유한 토큰에 락업이 걸려 매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F사와 사전에 협의한 이른바 ‘세력’만이 토큰을 매도할 수 있었고, 이는 곧 그들이 시세를 조작하기 편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 됐다.

세력이 토큰을 ‘털고 나간’ 현재, 가격은 10분의 1로 폭락했다. 시세 조작에 따른 피해가 제때 매도하지 못한 일반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더불어 F사는 토큰 물량을 ‘털기 위해’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토큰을 다시 돌려받기도 했다.

거래소 상장 전 F사 토큰에 투자한 B씨는 F사로부터 “본사가 토큰을 상장하려면 스와프(교환)할 물량이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구매 물량을 회사에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B씨는 거래소 상장을 돕고자 F사 측에 토큰을 빌려줬으나 상장 이후인 지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실제 F사 토큰의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본사 측은 투자자의 물량을 다시 끌어모은 뒤 약 20배 가량의 이득을 취한 후 대량으로 물량을 털어낸 것으로 보인다.

F사 토큰은 지난 8월 4일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6시 XT.COM에 상장했는데, 15분 만에 0.5달러에서 10.2902달러까지 급상승했다. 이후 반등세 없이 4일 만에 1달러까지 급락했다.

F사는 홈페이지를 구축해놨지만 흔히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체에 다루고 있는 '디스코드'는 활성화해놓지 않고 있었다.

◇과거 수법에 NFT 끼워팔기…판매 방식 살펴봐야 예방 가능

이 같은 사례는 A씨만의 일이 아니다. NFT를 활용해 신뢰도만 키웠을 뿐, 수법 자체는 과거 사건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 따라서 비슷한 면을 인지할 경우 흔한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기 프라이빗 투자에선 주식시장의 보호예수 제도처럼 락업을 걸어둘 수 있으나, 일반 투자자조차 매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판매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금 보장 및 수익 실현을 보장하거나, 거래소 가격보다 싸게 주겠다는 식의 수법으로 락업을 걸어둘 경우 더욱 그렇다.

'인트비트'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9년, IEO(거래소공개) 거래소 인트비트의 운영진은 거래소 자체 토큰을 발행해 '원금 보장 이벤트' 등으로 투자금을 불렸다.

이들은 토큰에 락업을 걸어두면 이후 본인들이 재매입하겠다고 말하며 투자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거래소 점검을 빌미로 잠적했다. 경찰 수사가 이뤄졌을 때는 이미 자본금이 해외 원정도박 등으로 탕진된 뒤였다.

또 락업을 걸어두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므로 투자자들의 자발적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락업만으로는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원금을 보장한다는 것은 유사수신행위 구성요건이다. 원금 보장을 약속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토큰 판매 주체가 정식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닐 경우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원화와 가상자산 간 교환을 중개하는 것은 은행 실명계좌 등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신고한 가상자산거래업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F사 홈페이지 링크를 통해 들어간 F사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수는 9개, '팔로워'수는 10명에 불과하다. (F사 공식 페이스북 화면 캡처)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일회성이 아닌 영업적으로 그렇게 (토큰을 판매)하면 불법"이라며 "일명 매수, 매도 등 교환 중개를 영업으로 하려면 이것을 업으로 하는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토큰을 판매하는 이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현금을 받고 토큰을 판매하면서 사업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면 사기성 짙은 수법일 가능성이 높다.

<뉴스1>은 F사 측에 시세 조작뿐만 아니라 현금 거래나 락업 의혹에 대해 묻고자 여러 번 접촉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F사 자문위원은 "그냥 연예인 NFT를 한다고 해서 관심을 둔 것뿐"이라며 "깊이 관여된 것이 없어서 대답해줄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답했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가상자산 사업자라는 제도가 생긴 배경은 결국 이러한 불량한 사업자들을 최대한 걸러내고 블록체인 업계의 깨끗한 거래 환경을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수가 적다는 점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제도권 안에서 마련한 안전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