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의 딸' CJ 미키 리, 칸 K-열풍의 숨은 공신…27년 2조 투자 결실
박찬욱 감독 칸영화제 수상소감서 "CJ와 미키 리에 감사"
27년간 K-콘텐츠 투자 지속한 CJ와 이미경 부회장 재조명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와 미키 리(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영어 이름),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식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언급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때도 호명됐다. 이처럼 연이은 한국 영화의 국제 영화제 수상에는 27년간 K-콘텐츠에 투자를 지속해온 CJ와 이 부회장이 있었다는 평가다.
CJ ENM은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 주연의 '브로커'의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CJ그룹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총괄하는 이미경 부회장은 두 작품에 '제작 총괄'로 이름을 올렸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0년 만에 칸영화제를 찾은 데 이어 올해에도 칸을 방문해 두 수상작을 적극 지원했다.
영화 '기생충'에도 엔딩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린 이 부회장은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당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시상대에 올라 "영화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말씀해주신 한국 관객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CJ ENM은 1995년 문화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의 투자·배급·제작을 맡아 왔다. CJ ENM이 한국 영화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2조원이 넘는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손녀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친누나로 1995년부터 CJ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이끌어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인 삼성아메리카의 이사로 재직하던 중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계약을 맺었다. 1995년 이재현 회장과 함께 3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일본 제외)을 따내기도 했다.
이후 IMF로 힘든 시기였던 1998년,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에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이며 국내 영화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2000년에는 영화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영화 배급 사업에도 나섰다.
CJ ENM은 영화의 기획-제작-투자-국내외 유통 등 전 영역에 걸쳐 한국 영화계의 산업화를 주도하며 '산업화된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CJ ENM과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CJ ENM은 박찬욱 감독과 함께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부터 '복수는 나의 것'(2002),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의 작품을 협업해왔다. 이 가운데 칸영화제에 초청된 작품만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3편이다.
CJ ENM 관계자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경우 언어 장벽 문제와 할리우드 문법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강박 관념이 있는데 한국적 문법 가진 영화도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환경이 된 거 같다"며 "국내외 유수의 크리에이터들이 CJ ENM과의 협업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설국열차', '기생충' 등 한국 영화 글로벌 진출의 변곡점마다 CJ가 있었고, 최근 이뤄진 엔데버 콘텐트 인수, 바이아컴CBS와의 제휴, 스카이댄스와의 제휴 등을 통해 CJ ENM의 글로벌 제작, 유통, 마케팅 역량은 더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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