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앱, 한국만 불법]③ 게임은 안되고, 운동은 되고?
애매한 규제에 한국 기업만 기회 다 놓친다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국내 게임사 컴투스는 신작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을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게임사 넷마블 역시 신작 '골든 브로스'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해외로 가는 기업들의 행보는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한국만 제외한 '탈한국' 행렬의 이유는 뭘까.
이 게임들은 암호화폐와 아이템의 연동을 통해 이용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명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인데, 한국에선 불법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이용자가 운동하면서 돈을 버는 'M2E'(Move to Earn) 앱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 호주의 한 기업이 출시한 이 서비스는 최근 공식 카페 회원 수 1만3000명을 돌파했다.
외국 기업은 '돈 버는 앱'을 들고 한국으로 들어오고, 한국 기업은 해외로 나가는 아이러니한 현상.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애매한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산 '돈버는 앱'의 습격
P2E 그리고 M2E.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 단어들은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다. P2E는 'Play to Earn'의 약자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하고, M2E는 'Move to Earn'의 약자로 돈을 벌 수 있는 운동앱을 의미한다. 두 서비스 모두 암호화폐와 연동을 통해 이용자가 수익을 낼 수 있어 차세대 인터넷 기술 '웹 3.0'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일찌감치 해당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난해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국내 대형 게임사 넷마블을 비롯해 위메이드, 컴투스 등은 P2E 서비스 개발을 완료했다. 다만 한국 이용자들은 P2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현행 게임법상 한국은 암호화폐의 환전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만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M2E 서비스로 수십만~수백만원을 벌었다는 사례가 등장했다. 바로 호주의 핀테크 스튜디오 'Find Satoshi Lab'에 의해 만들어진 스테픈(STEPN) 앱을 통해서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가 150만원 상당의 운동화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구매하고 야외에서 달리기를 하면 10분당 3만~5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다. 26일 기준, 스테픈 네이버 공식 카페에는 1만300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한국 기업이 규제에 막혀 해외로 눈을 돌린 사이, 해외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안 되고, 운동은 되고?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현재 한국에 '돈버는 앱'을 담을 수 있는 규범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주도하에 관련 논의는 여러 차례 진행됐으나, 실질적인 법안 마련은커녕 개념 정립조차 불분명하다.
결국 돈버는 앱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P2E 서비스는 가상 유사하다고 평가되는 '게임'으로 분류돼 게임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M2E 서비스 스테픈은 스스로를 "게임과 소셜 요소가 포함된 웹 3.0 앱"이라고 설명하고,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건강·운동앱으로 분류해놓았다. 그 결과, 스테픈은 게임법 적용을 피해 지난 두 달간 1만 명이 넘는 한국 이용자를 유치했다.
P2E, M2E 서비스를 '게임'으로 볼 것이냐는 논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사이 외국기업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한국 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외치다 결국 살길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
◇한국 기업만 기회 다 놓친다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은 '선점 효과'다. 카카오톡을 쓰는 이용자가 다른 메신저를 이용하지 않는 것처럼, 하나의 '돈 버는 앱'이 주류로 자리잡고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한다면 시장을 이끄는 '리더'가 된다.
지금처럼 한국 기업은 규제를 피해 해외로 나가고, 해외 기업은 규제의 틈을 파고들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시킨다면, 결국 해외 돈 버는 앱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산업을 기존의 법에 가둬 태동부터 막는 과오를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돈 버는 앱을 '게임법'에 가두지 말라는 이야기다.
조경훈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멀리 뻗어나가는 기술의 발달에 대해서 특정 개념으로 정의하려고 하는 게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 게임법이 게임이라는 용어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게임 다음 개념인 메타버스를 섣불리 규제하려고 하는 게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준희 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특정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다가오는 큰 흐름이라고 본다"며 "핵심은 경제 활동인데, 게임이라 인식되는 메타버스에서 경제활동이 제대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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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모바일 혁명을 넘어 2010년대 블록체인 혁명이 도래하면서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웹 3.0 시대가 열렸다. 일명 '돈버는 게임'으로 불린 P2E(Play to Earn) 열풍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움직이면 돈버는' M2E(Move to Earn)까지 등장해 이른바 '돈버는 앱'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바다이야기의 트라우마'에 갇혀 현금화의 'ㅎ'자만 들어가도 '사행성 노이로제'에 빠져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P2E가 불법인 곳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빼면 한국이 유일하다. 자원도 없이 사람과 기술로 먹고 살아야하는 한국이 웹3.0이라는 거대한 기술변천에서 '나홀로 왕따' 신세가 계속된다면 '미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골든타임'을 더 놓치기 전에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