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피아]"조회수에 눈멀었다"…사이버렉카 '혐오장사' 부추기는 유튜브
BJ 잼미의 죽음 놓고 '사이버렉카'에 대한 공분 커져
주목 경쟁 부추기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비판도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
지난해 한강에서 실종돼 숨진 고 손정민씨 사건을 두고 일부 유튜버들은 혼란을 부추기며 수익을 거뒀다. 해당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경찰 수사 결과를 불신하며 유튜브를 맹신하는 한 시민의 모습이 담겼다.
각종 사건·사고 소식을 먼저 끌고 가기 위한 경쟁을 뜻하는 '사이버 렉카' 현상이 이같은 광풍의 이면에 있다.
최근 유튜브와 트위치 등에서 활동한 스트리머 잼미의 극단적 선택을 놓고 사이버 렉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아가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같은 사이버 렉카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렉카'에 대한 공분 커져…청와대 청원 동의 10만명 넘어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모녀살인범 유튜버사망사건) 가해자유튜버랑에펨코리아.디시인사이드 강력처벌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10만명 이상의 청원 동의를 기록하고 있다.
청원인은 "잼미는 2019년 남성혐오 제스처를 했다는 이유로 남성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며 "이후 두 차례나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나 일부 남성 유튜버들이 잼미를 공개 저격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잼미를 저격한 대표적인 사이버 렉카로 지목받는 유튜버 뻑가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잼미라는 스트리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이었는데 제가 사실 이 영상을 찍으면서도 굉장히 떨린다"며 "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늦었지만 이렇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영상의 대부분은 본인이 잼미를 모함한 최초 당사자가 아니라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영상의 내용이나 업로드 시기 등을 보았을 때 제가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선동해서 매도하지도 않았다"며 본인에게 쏠리는 책임론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저는 조회수와 채널 성장에 눈이 멀어 인터넷을 며칠간 시끄럽게 했던 그 논란의 태풍 속에 휩쓸려서 저 또한 이슈 유튜버로서 영상을 만들게 되었고 저의 잘못이 있다고 본다"며 "과도한 비꼬기와 억측으로 인해 피해받으셨을 잼미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혐오 장사 부추기는 유튜브 알고리즘 비판도
가면을 쓰고 방송을 진행하는 뻑가는 주로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를 끌고 와 여성혐오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남초 커뮤니티 여론의 입맛에 맞춰 활동 중인 아이돌 멤버나 인플루언서를 두고 페미니스트라며 여론 심판대에 올리는 식이다. 여성 경찰관에 대한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혐오 장사가 돈이 된다는 점이다. 뻑가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논란이 터진 뒤에도 12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동료 시민을 '페미'로 낙인찍고 공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온라인 폭력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을 이용한 '역 렉카' 현상도 불거지고 있다. 뻑가 자체가 이슈화되면서 다른 사이버 렉카들이 이를 저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 렉카들끼리 서로를 저격하며 이슈가 이슈를 낳는 구조로 조회수를 쌓고 돈을 버는 형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이버 렉카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튜브 측은 구체적인 알고리즘 작동 방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 상품 담당자(CPO)는 2019년 3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유튜브 이용자 시청 기간 중 70%는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이며, 알고리즘 도입으로 총 비디오 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다양한 연구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자 체류 시간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19년 11월 발간한 연구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유튜브에 오래 체류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라며 "이 과정에서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 개인의 선호에 알맞은 영상과 다른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영상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는 유튜브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며, 그 과정에서 추천 알고리즘이 영상의 내용, 영상이 조회 수를 얻은 배경, 영상이 개개인과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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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