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들의 ESG 고민…환경경영 'E'를 어찌할꼬
ESG 중 환경 부문에서 유독 약한 게임사
업계 관점에서 대안 찾기 어려워…해답은 '환경 캠페인 참여'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전 산업계에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E'(환경, Environment) 부문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9개 게임사 중 7개가 환경 부문에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됐을 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에 부여하는 등급이다. 다만, 이번 평가는 게임사들의 탄소 저감 노력이 부족했다기보다 ESG 정보공개가 부족해서 나온 결과라는 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설명이다.
게임사들은 자체적으로 내부에 ESG 위원회를 설립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ESG 경영 평가는 투자자 유치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ESG 관련 공시가 점점 의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25년부터 친환경·사회적 책임활동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이같은 공시 의무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적용된다.
◇ 게임업계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 경영은?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ESG 경영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엔씨소프트만 유일하게 지난 8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게임 업계 사이에서는 환경 부문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제조업이나 유통업처럼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에 비해 보여줄 수 있는 개선안이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환경 경영 부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3일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서 기후 위기 대응 가이드라인을 담은 '그린 게임즈 가이드'를 소개했다.
영국 게임산업단체 '게임즈런던', '영국게임산업협회', UN의 '플레잉 포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가 공동으로 참여한 '그린 게임즈 가이드'는 게임 업계가 탄소를 줄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5단계 중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사무실 에너지 사용량 감소 △친환경 에너지 공급업체 이용 △데이터 저장 정책 검토 △폐기물 감소 및 재활용 △직원 출퇴근 시 탄소 배출 최소화 △게임 제작 시 게임의 에너지 효율성 고려 등이다.
데이터 저장 정책의 경우 데이터 서버에서 중복 데이터를 제거하거나 효율적인 저장 매체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게임 시장의 확대에 따라 친환경·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도입 및 채택도 중요하다. 즉 게임의 개발부터 유통 이후까지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 절약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탄소 배출을 직접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면 환경보호 활동 참여를 통해 ESG 평가를 긍정적으로 끌어낼 수도 있다. 친환경·재생 에너지 생산에 기여하거나 환경 단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활동들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 에너지 효율 최대한 높이고, 환경 활동 직접 나서야
실제로 일부 국내 게임사들은 '그린 게임즈 가이드'에서 내놓은 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환경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건물의 전등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로 교체하거나 열효율이 좋은 보일러 장비로 교체하는 식이다.
사옥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도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설계가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고 빗물 재사용 처리 시스템을 마련해 기업 내부에서 에너지 효율 극대화를 이뤄내는 방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업이나 유통업은 실제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환경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이 가능하지만 게임 업계의 경우 환경과 직접적인 연관을 찾기 어렵다 보니 환경친화적인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게임 산업 내에서 환경 경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 환경을 위해 기부하는 등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환경에 대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브랜드액티비즘 개념이 게임 업계의 ESG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 산업의 환경 경영이 환경 단체와의 협업이나 기부에 쏠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8월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서 "게임 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 비효율적인 전력 낭비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가는데 환경보호단체에 1억을 기부했다고 온전한 ESG 경영 실천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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