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 꽂힌 네이버 이해진…'젊고 새로운 리더십'도 결국 '글로벌'이었다
'젊고 새로운 리더' 예고한 네이버…40대 해외파 CEO·CFO 내정
조직문화 개선+글로벌 경영 신호탄…글로벌 전진기지 되는 네이버
- 송화연 기자, 박정양 기자
(서울=뉴스1) 송화연 박정양 기자
"새롭고 건강한 회사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자부했는데, 나름대로 자랑스러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믿어왔는데 이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 6월30일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송한 이메일 본문 일부)
지난 5월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조직체계' 구성을 공언했던 네이버가 경영쇄신을 위한 '젊은 리더십'의 면면을 공개했다.
최근 '해외사업 확장'을 우선 순위로 잡은 이해진 창업주가 해외 경험이 풍부한 40대 경영진을 차기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에 낙점해 '글로벌 네이버' 구축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네이버…'더 젊고 새로운 리더십' 예고
지난 5월25일 분당구 한 아파트에서 네이버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직장 내 갑질 등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혔다.
네이버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사건 발생 직후 자체 조사 및 회의를 통해 사건 발생 조직을 면밀히 조사하고 관계자를 처벌했다.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가해직원은 해임됐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사건 한 달 뒤인 지난 6월 전사 메일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임직원에게 사과하며 모든 책임을 회사를 창업한 '자신'과 '경영진' 탓으로 돌렸다.
당시 이 GIO는 "회사 안에서 직장인 괴롭힘이 발생했고 이것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회사 문화의 문제이고 한 두 사람 징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전면쇄신하는 것이 근본적이면서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위해서라면 당장 책임을 지고 싶지만 새 구도를 짜고 다음 경영진을 선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경영 체계 쇄신을 마무리하라는 이사회의 제안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출신 40대 대표 전면에…'해외통' 내세운 경영쇄신안
차기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자격 요건을 재정립한 네이버는 요건에 맞는 자질을 갖춘 후보를 추려 지속적으로 검증했다. 그리고 이날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고 최수연 책임리더를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법학석사(LL.M) 과정을 마치고 국제 변호사 활동을 한 최 책임리더는 풍부한 해외경험과 글로벌 사업감각,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5년 네이버(구 NHN)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도 가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사회는 그간 최 내정자가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회사에 대한 안팎의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이해진 GIO의 결단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GIO지만 노사문제, 보상안 논의 등으로 임직원이 '이해진'을 찾을 때마다 온·오프라인 미팅을 열고 논란에 직접 답변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대외적으론 회사 업무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안을 직접 꼼꼼히 챙기고 있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다. 하마평이 무성했던 최 책임리더도 이 GIO가 각별히 총애하는 인재라는 점에서 일찍이 내정 가능성이 높았던 인물이다.
더욱이 네이버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확장을 회사의 주요 목표로 삼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젊고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니즈(요구)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날 최 내정자를 도와 차기 경영 리더십을 구축할 인물로 사업개발·투자·기업결합(M&A)를 맡고 있는 김남선 책임리더를 신임 CFO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 역시 하버드대학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 학위를 취득한 인물로 미국(라자드, 크라벳, 스웨인&무어), 홍콩(모건스탠리) 등에서 변호사·IB 업무를 담당한 '해외통'이다.
◇'글로벌 전진기지'되는 네이버…글로벌 사업확장 속도
두 내정자는 네이버 '트랜지션(Transition)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글로벌 경영 본격화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 밝은 두 내정자는 네이버를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고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규 사업 발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 일환으로 네이버는 최근 유럽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이 GIO의 주도 아래 약 4억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측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을 장점으로 국내외 파트너들과의 시너지 형성, 사업간 협력과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 신규 사업에 대한 인큐베이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이에 새로운 CEO를 포함한 리더들은 △주요 사업들이 글로벌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며 △선제적인 기술·인력 투자를 통해 글로벌로 성장해나갈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성장과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한성숙 대표와 기존 경영진은 내년 3월 임기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게 된다. 이후 네이버 안팎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네이버가 글로벌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거취는 향후 결정된다.
두 내정자는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차기 대표·CFO로 선임될 예정이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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