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고배' 엔씨소프트, 결전의 날 밝았다…'마지막 리니지' 출격

4년간 극비리에 개발한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리니지W 성패 좌우할 '적정 과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리니지W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엔씨소프트의 운명을 가를 결전의 날이 밝았다.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W'의 사전 다운로드가 2일 시작됐다. 이용자들은 4일 0시부터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연간 수차례씩 진행되는 신작 출시지만, 이번 신작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출시한 주요 게임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 심지어 지난 8월 출시한 '블레이드&소울2'(블소2)는 이용자들의 혹평을 받으며 '주가 폭락' 사태를 야기했다. 즉, 리니지W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좌우할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성공 방정식이라 불렸던 '확률형 아이템'과 '페이투윈'(돈 써야 이기는 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지막 리니지라 불리는 리니지W가 역설적으로 '탈(脫)리니지'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4년간 극비리에 개발한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리니지W는 그야말로 '깜짝 게임'이다. 흔히 게임사의 대작 프로젝트는 개발 단계부터 대중에게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리니지W는 지난 2017년부터 4년의 개발기간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8월 진행한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리니지는 어떤 하나의 게임이 아닌 대한민국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역사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지만, 출시 후 아쉬움이 남았었다"며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하는 심정으로 이번 시리즈를 준비했다. 리니지W는 24년의 리니지 시리즈를 모두 집대성한 마지막 리니지"고 말했다.

김 대표의 비장한 각오가 느껴지는 신작 리니지W에서 'W'는 월드를 의미한다. 리니지는 이용자 간 '혈맹'을 맺고, 다른 혈맹과 전쟁을 벌이는 게 주요 콘텐츠다. 리니지W에선 기존 리니지와 달리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다. 전 세계의 이용자가 한 서버에 모여 '한국vs일본' '한국vs대만'처럼 국가 대항 전쟁이 가능한 것이다.

리니지W엔 엔씨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번역 엔진이 탑재됐다. 글로벌 이용자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기 위해서다. 일상 대화뿐만 아니라 △게임 전문용어 △약어 △구어 △은어 등 게임에서 사용되는 언어들까지 폭넓게 각국의 언어로 번역한다.

엔씨소프트 '리니지W' 인게임 트레일러 영상 (유튜브 캡처) ⓒ 뉴스1

◇ 리니지 W 성패 좌우할 '적정 과금'

문제는 그간 엔씨소프트가 고수한 리니지식(式)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용자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리니지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리니지M의 유료 뽑기형 상품 확률 정보에 따르면 '변신' 뽑기의 경우 △일반 등급 2.4% △고급 등급 1% △희귀 등급 0.01% △영웅 등급 0.001% 수준의 확률로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뽑기 한 번에 3000원이 든다고 가정했을때,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써야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돈을 쓰지 않고 게임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게임 자체가 '페이투윈'(P2W·돈을 써야 이기는 게임)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출시한 '블레이드&소울2'가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자, 리니지W에선 비지니스 모델(BM)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돈을 쓰지 않고도 게임속에서 몬스터나 던전 공략을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 매출을 내야 하는 게임사 입장에선 모든 확률형 아이템을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이성구 엔씨소프트 리니지 그룹장 "변신과 마법인형 시스템은 리니지를 상징하는 핵심 콘텐츠로, 전작과 유사한 형태로 BM이 유지될 예정"이라면서도 "변신과 마법인형 이외의 다른 메인 BM은 전혀 기획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엔씨=성공 보장 못해…실제 성과 지켜봐야"

이용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적정 과금'을 적용했는지가 리니지W의 성패를 가를 핵심 관건이다. 업계서는 리니지W의 흥행 예측 정도를 '반반'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 시간 개발한 게임인 만큼 퀄리티를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 그동안 비판을 받아왔던 과금모델 또한 현저하게 축소함에 따라 이용자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처럼 '엔씨소프트니까 무조건 잘할 것이다'라는 식의 낙관론을 갖기에는 다소 조심스럽다"며 리니지W의 실제 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덧붙엿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리니지 IP 기반의 글로벌 첫 IP로 현재 사전 예약자수 1300만명을 기록, 흥행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리니지W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작의 답습에서 철저하게 탈피해야 할 것이다"며 "오직 완벽한 후속작이 나온다는 전제하에 이용자의 관심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