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직장' 두번 박차고 6000억 잭팟…카카오 홀린 'K-웹툰 아버지'

삼성·구글 출신 韓 창업자…'웹툰' 개념 없던 美 시장 선구자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타파스 발판삼아 美 웹툰시장 본격 진출 예고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IT 스타트업에 합류해 키운 회사를 국내 기업 최초로 구글에 매각하고,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을 창업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6000억원에 매각한 인물. 이 모든 사연의 주인공은 한 사람, '북미 K-웹툰의 개척자'로 불리는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의 이야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美 웹툰 플랫폼 '타파스' 품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1일 북미지역 웹툰 플랫폼 '타파스' 운영사 타파스미디어를 약 6000억원(5억10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미디어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됐다.

타파스는 지난 201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이다.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유사한 서비스로, 북미 내 월간 순 이용자수(MAU)는 350만명 규모다. 타파스가 보유한 작품은 9만여종, 플랫폼 누적 조회수는 80억회에 달한다.

타파스미디어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미리보기형 소액결제'(기다리면 무료지만 돈을 내면 다음 화를 미리 볼 수 있는 모델) 시스템이다. 이러한 유료모델을 바탕으로 회사는 몸집을 빠르게 키웠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배 이상 뛰었다.

타파스의 성장세를 알아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등 주요 지식재산권(IP)을 타파스를 통해 북미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타파스에 공급 중인 IP는 약 80여개로, 이들 IP는 타파스 매출의 절반을 견인하고 있다.

타파스미디어와 협력관계를 이어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타파스미디어를 해외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타파스미디어 인수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타파스는 북미시장에서 K-웹툰을 알리는 병참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타파스트리'(Tapastry)라는 작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지 작가 발굴과 IP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타파스트리 활동 작가는 6만3000명. 타파스트리가 배출한 웹툰 '끝이 아닌 시작'은 카카오페이지와 일본 픽코마에 역수출할 만큼 높은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타파스미디어는 타파스트리에 제작 스튜디오 '스튜디오타파스'(Studio Tapas)를 더해 미국발 슈퍼 IP를 키워낸다는 심산이다. IP 확장을 위해 스콜라스틱(Scholastic), 볼트코믹스(Vault Comics), 아셰트출판사(Hachette Book Group), 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등 미국 플랫폼사·출판사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신의직장' 두 번 박차고 나온 사나이…'K웹툰 아버지'가 되다

"오늘은 한국의 리딩 블로그 툴과 웹 퍼블리싱 플랫폼을 개발해 온 태터앤컴퍼니와 한 식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인수는 구글이 한국 기업과 맺은 최초의 인수입니다." (2008년 9월12일 구글코리아 블로그 게시물 발췌)

2008년 구글코리아는 국내 블로그 서비스업체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합병(M&A)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태터앤커퍼니는 '티스토리' '이올린' 등 개방형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토종 플랫폼에 밀려 한국형 콘텐츠 강화를 노리던 구글은 태터앤컴퍼니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그렇게 구글이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김창원 대표는 '삼성전자를 박차고 나와 구글에 국내 최초로 회사를 매각한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는다.

1993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졸업하지 않고 미국 미시간대학교(물리학 전공)로 떠난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업무를 담당했다.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2006년 삼성전자를 퇴사, 태터앤컴퍼니 공동대표로 합류한다.

회사 매각으로 미국 구글 본사로 합류하게 된 그는 블로그 서비스 프로덕트 매니저를 역임하며 콘텐츠 서비스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이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을 4년 만에 박차고 나온 김 대표는 2012년, 다시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된다.

김 대표는 지난 2018년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에 있을 때부터 계속 사업 아이템을 고민했다"며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모바일 콘텐츠를 했었고, 구글에서도 블로그 관련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만드는 일을 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웹툰·웹소설 등 스낵 컬쳐 시장이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소설, 만화 등 스토리 출판 시장이 '종이'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다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전통 출판사, 종이 책 등이 주류였다.

아시아 시장에서 웹툰·웹소설 서비스가 '부분유료화 모델'을 만나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지켜본 김 대표는 미국 모바일 콘텐츠 시장도 이러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봤다. 그렇게 '웹툰'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미국에서 타파스미디어가 출범하게 된다.

서비스 초기 그가 주력한 것은 '작가를 모으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작가를 설득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2년 동안은 다른 일은 안 하고 웹툰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털어놨다. 그 결과 영화 '마션' 작가(앤디 위어)가 참여한 웹툰 '체셔크로싱' 등이 흥행하기도 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던 그의 '작가 중심'(Creator First) 사업 전략은 IP 확보와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최근 'IP 확보 전쟁'이 막 오르며 타파스미디어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 기업의 러브콜을 받게 된 배경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인수 발표 직후 "미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타파스를 인수하게 된 만큼 북미 웹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IP는 모두 타파스 플랫폼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타파스에 자사의 IP 공급이 늘면서 거래액 성장세가 뚜렷하게 반영되는 것을 보며 북미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카카오엔터의 IP 비즈니스 역량과 노하우가 북미시장을 경험한 타파스의 인사이트와 결합돼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웹·모바일 스토리 시장은 현시점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든 연령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특히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는 콘텐츠를 모바일로 읽는다"며 "타파스는 웹툰 시장을 개척해왔으며 업계 선구자로 업계 성장을 주도하겠다. 크리에이터(창작자)를 위한 최고의 스토리텔링 IP 플랫폼을 구축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GSO) 직을 맡아 회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hway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