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사업철수]④"옵티머스부터 LG윙까지"…스마트폰 '잔혹사'
'초콜릿폰'에서 끝난 LG폰 영광의 시절…뒤늦은 스마트폰 참전
누적 적자 5조원 벽 넘지 못하고 '롤러블폰'도 사실상 중단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이다.
LG폰 영광의 시절은 결국 피처폰에서 끝났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뒤늦게 합류하며 부진을 거듭했다.
한발 늦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옵티머스'부터 'G', 'V'까지 간판을 여러 차례 바꿔 달았지만 역부족이었다. 23분기 연속 적자, 누적 적자 5조원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LG폰은 '초콜릿폰'으로 대표되는 피처폰 시절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휴대폰 생산은 5월 말까지, 휴대폰 사업 종료는 7월 31일까지다.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미래 준비를 강화하기 위해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현재 휴대폰 사업이 LG전자의 핵심 사업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LG폰은 어쩌다 선택과 집중에서 배제된 사업으로 전락했을까. LG폰의 역사를 되짚어 봤다.
◇'초콜릿폰'에서 끝난 피처폰 영광의 시절
LG전자는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PCS용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선보인 브랜드 '싸이언(CION)'이 2000년에 'CYON'으로 안착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2002년 국내 최초 슬라이드폰을 내놓는 등 삼성전자와 경쟁을 통해 다양한 단말을 내놓았다. 특히 2005년 11월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고급화 브랜드인 '블랙라벨'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샤인', '시크릿' 등으로 인기가 이어졌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007년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의 협업을 통해 내놓은 세계 최초 풀스크린 터치폰 '프라다폰'이 반향을 끌었다. 2008년 배우 김태희를 모델로 내세운 '아이스크림폰', 2009년 인기 그룹 '빅뱅'을 모델로 한 '롤리팝' 등이 연이어 피처폰 시절의 영광을 이끌었다. 2010년에는 그룹 소녀시대를 CF모델 한 초콜릿폰의 후속작 '뉴초콜릿'이 출시됐다.
◇'옵티머스'부터 'G', 'V'까지 LG스마트폰 잔혹사
하지만 LG전자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을 넘어가는 흐름을 짚지 못하며 고전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 이후 열리기 시작한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이 늦었다. 2009년 안드로원을 시작으로 LG전자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선보였지만, 당시 잘 나가던 피처폰에 더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10년 쿼티폰 '옵티머스Q'를 필두로 '옵티머스'를 전략 브랜드로 내세워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옵티머스 마하', '옵티머스 시크', '옵티머스 블랙', '옵티머스 빅' 등 당시 플래그십 위주로 형성되던 스마트폰 시장에 피처폰 시절 다작 전략을 가져와 대응했다. 그러나 다양한 제품은 사후지원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전환점은 'G'다. 2012년 9월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그룹사 역량이 집결된 '옵티머스G'가 나오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G 시리즈를 계기로 제품 라인업을 간결화하고 플래그십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이후 출시된 '옵티머스G 프로'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LG전자는 '옵티머스' 대신 'G' 브랜드를 강조했다. 2013년 8월 공개된 'LG G2'부터는 '옵티머스'를 떼고 'G'를 플래그십 브랜드로 내세웠다.
'G'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 4월 'G4'가 발열 논란에 시달렸던 퀄컴 '스냅드래곤810'을 대신해 한 단계 낮은 등급인 '스냅드래곤808'을 채택하고, 호불호가 갈린 가죽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시장의 반응이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또 '단통법' 시행으로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LG전자는 2015년 2분기부터 연속 적자 기록을 이어갔다.
'V'는 같은 해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LG전자는 상반기 'G' 시리즈, 하반기 멀티미디어 특화 폰 'V' 시리즈를 내놓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시장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부진이 계속되면서 브랜드 개편에 대한 얘기가 불거졌다. 2016년 'G5'가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지만 판매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2019년 'V50 씽큐'가 '듀얼스크린'으로 반짝 흥행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접는 폰'까지 만들어낸 삼성전자의 혁신과 비교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폰을 접고,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결국 LG전자는 지난해 4월 기존 'G'와 'V'를 버리고 '벨벳'이라는 새 제품을 발표했다. 같은 해 앞서 공개된 'V60'은 북미 시장에 출시된 후 국내에는 선보이지 않았다.
◇눈물로 끝난 물방울 디자인 'LG 벨벳'…날개 달지 못한 'LG 윙'
'벨벳'은 '물방울 카메라', '대칭형 타원' 등 차별화된 디자인을 내세웠다. LG전자는 고가 플래그십 시장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대중화 전략을 들고 왔다. 100만원대가 넘는 플래그십 시장에 출고가 89만9800원, 디자인에 올인한 매스 프리미엄폰 '벨벳'으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플래그십에 못 미치는 사양에 실망하고 돌아섰다. 벨벳에 당시 플래그십에 탑재되는 '스냅드래곤865'보다 한 단계 낮은 '스냅드래곤 765'가 적용된 탓이다. 이에 LG전자가 과거 피처폰 전략을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스마트폰 시대에 들고나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LG전자는 실험적 제품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해 하반기 화면이 돌아가는 스위블폰 'LG 윙'이 나왔다. 기존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폼팩터를 내세운 제품이다. 전면 메인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뒤에 숨어있던 보조 화면이 나타나는 T자형 화면이 특징이다. 평소에는 6.8인치 크기의 일반적인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 세컨드 스크린을 꺼내 멀티태스킹 작업을 하는 형태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과 사용성 탓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LG전자는 윙을 발표하며 '롤러블폰'을 깜짝 공개했다. 스마트폰 라인업을 보편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새로운 시도를 담은 제품으로 이원화해 소비자 선택 폭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LG전자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윙 이후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더는 나오지 않았다. 롤러블폰 프로젝트도 사실상 중단됐다. 최근 LG전자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맡았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에 프로젝트 보류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5일 LG전자는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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