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한때는 백기사" 주주관계 정리한 넷마블과 엔씨…무슨 일?

편집자주 ...'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 2015.2.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지난 10일,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와의 '주주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엔씨소프트의 넷마블 지분에 대한 특별관계가 해소된 것. 이는 엔씨소프트가 보유 중인 넷마블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사의 혈맹은 게임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다가온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계약 해지는 어떤 의미일까. 양사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해당 공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

◇'사면초가' 김택진에게 손 내민 '백기사' 방준혁

2015년 2월 17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사업제휴를 발표했다. 양사가 대외적으로 밝힌 제휴 배경은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기 위함'이었지만, 업계는 엔씨소프트가 넥슨을 배척하기 위해 넷마블을 아군으로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는 김택진(당시 지분율 10%) 대표가 아닌 넥슨(당시 지분율 15%)이었다. 서울대학교 공대 선후배 사이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NXC 대표(넥슨 창업자)는 의기투합해 세계 게임시장 제패를 꿈꾸며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하고자 했다.

계획의 일환으로 넥슨은 지난 2012년 6월, 김택진 대표로부터 8045억원 규모의 엔씨소프트 지분(지분율 14.68%)을 샀다. 그러나 EA 인수가 물 건너가면서 두 회사의 협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양사의 갈등은 2014년 10월 넥슨이 사전협의 없이 엔씨소프트 주식 8만8806주(0.4%)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넥슨은 "주가 제고 차원에서 장내매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엔씨소프트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단순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15%를 넘겼는지 지켜볼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엔씨소프트의 우려대로 넥슨은 3개월 뒤인 2015년 1월 '경영참가'를 공식화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주가가 1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는 등 저조한 경영성과를 보였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다. 지분율이 10%에 불과했던 김택진 대표는 넥슨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위기에 내몰린 김택진 대표에게 '백기사'가 되어준 건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었다. 2015년 2월,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신주를 3800억원에 인수해 9.8%의 지분을 취득했고,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자사주를 3900억원에 인수해 8.9%의 지분을 취득했다. 양사의 혈맹으로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4대 주주가,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가 됐다.

김택진 대표는 넷마블과 혈맹을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율 18.9%(넷마블 지분을 합친 지분율)를 확보하게 되면서, 당시 최대주주인 넥슨의 지분을 앞서게 됐다.

그해 10월,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을 전량 처분한다. 입김을 행사할 수 없는 최대주주 자리는 사실상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넥슨 측은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시너지 효과가 양사에 없었다"며 "자금 효율성 극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하게 됐다"고 처분 배경을 밝혔다.

◇넷마블도 엔씨소프트 덕 봤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지분 맞교환은 결국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 양사는 지분교환과 전략제휴 체결을 계기로 △상호 게임 퍼블리싱 △공동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투자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동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싶지만 노하우가 부족했고,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시장의 노하우는 있지만 글로벌 루트가 취약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넷마블에 제공해 함께 모바일 게임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넷마블에게 오랜 시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 준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이 빛을 보게 됐다.

특히 리니지2 레볼루션은 게임 출시 1개월만에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넷마블을 '돈방석'에 앉혔다. 2015년 1조729원의 연 매출을 냈던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2016년 12월) 이듬해인 2017년, 2조1755억원의 연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분교환 당시 비상장사였던 넷마블은 혈맹을 통해 추가적인 이득을 봤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매입가를 직전 연도 매입가보다 1.83배를 높게 평가했고, 넷마블의 기업가치도 2배 가까이 상승하며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 2015.2.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3N'으로 업계 최고 이름 올린 양사…각자 갈 길 간다

6년 사이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의 위상도 달라졌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 지분율 11.97%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권력을 공고히 하게됐고,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게임 IP를 기반으로 탄탄한 매출구조를 마련, 2017년 코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양사 모두 자체 역량으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역량도 생겼다. '혈맹'이 아니어도 '각자도생'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6년 만에 자연스런 이별을 택하게 된 배경이다.

다만 양사는 당분간은 서로의 지분을 털어내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 제휴도 계속해 이어간다. 넷마블 측은 지난 10일 공시를 두고 "'사업 제휴'와 '주주 간 협력' 두 큰 틀에 있어서 '주주 간 협력' 의무가 소멸됨을 뜻하며 사업 제휴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엔씨소프트 IP를 활용한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두 게임의 서비스 연장을 협의한 만큼, 양사의 우호적 관계는 유지되고 있고 향후에도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way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