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KT도 '女風'…44세 최연소 타이틀 여성 임원, '그룹 미래' 맡겼다

2년전 승진한 'AI 전문가' 김채희 상무, 전략기획실장 요직 맡겨
옥경화 IT전략본부장, 이미희 클라우드/DX사업본부장 등 발탁

(왼쪽부터) KT 김채희·옥경화·이미희 상무. (KT 제공) 2020.12.11 ⓒ 뉴스1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11일 발표된 KT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는 '세대 교체'와 '여풍(女風)'으로 요약된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말 치열한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레이스를 통과해 올해 3월 공식 취임한 구현모 대표이사가 본인의 색깔을 100% 드러내는 첫 인사라는 점에서 그룹 안팎의 관심이 높았다.

내년 취임 2년차를 맞는 구 대표는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하는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능력있는 여성 임원들을 대거 중용했다. 성과와 실리를 중요하시는 구 대표의 평소 스타일대로 이번 인사에서도 '신상필벌'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특히 여성임원들의 약진이 주목된다. 지난해 여성임원 승진자는 1명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3명의 여성이 '기업의 별'로 통하는 임원(상무)으로 발탁됐다. KT 여성 임원은 9명으로 늘어나 비율도 8.1%에서 10.3%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3명의 주인공은 권혜진(네트워크부문 네트워크전략본부 코어망구축담당)·임장미(융합기술원 플랫폼연구소 IoT플랫폼기술담당)·진영심(미래가치TF 인재육성분과 마스터(Master)-PM) 상무다.

여성 인재 중용을 '성별 비율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고 핵심 요직에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인공지능(AI) 전문가' 김채희 KT 상무(46)는 전략기획실장으로 임명됐다. 또 옥경화 상무는 IT전략본부장, 이미희 상무는 클라우드/DX사업본부장을 맡는다. 주요 보직에 여성 임원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

특히 전략기획실은 KT그룹 전체 전략 및 투자를 총괄해 KT 역대 사장들이 주로 거쳐가는 자리로 통할 정도로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KT 역사상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는 '그룹 전략통' 자리에 여성을 앉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역대 전략기획실장으로는 KT그룹사인 BC카드 사장을 지낸 이문환 사장, 박종욱 신임 사장 등이 있다.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1974년생인 김 상무는 KT에서 최강림 커넥티드카 비즈센터장(상무)과 함께 가장 나이가 어린 임원으로도 꼽힌다. 두 사람은 2018년 11월 44세 나이로 상무로 발탁됐다.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인 최준기 상무와 동갑이다. '44세 최연소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은 셈이다.

실력 또한 출중하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경영학 석사 출신인 김 상무는 AI사업단장으로 활약하던 중 올해 1월 AI·빅데이터(Big Data) 사업본부장으로 역할을 확장했다. 이후 이번 인사 및 개편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중용된 것이다. 후임 AI·빅데이터 사업본부장은 최준기 상무이다.

김 상무는 KT의 AI 플랫폼 '기가지니' 도입 3년 만에 25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호텔, 아파트,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KT가 AI 전문가인 김 상무를 전략 업무에 기용한 것도 본업인 '통신' 분야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선 ABC(AI·Big Data·Cloud) 사업의 체계적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에 KT의 AI 사업 영역을 넓힌 김 상무를 전략기획실장으로 발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