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되니 말바꾼 민주당"…40년 해묵은 수신료 인상 또 쟁점화

"수신료 인상 결사반대" 외치던 민주당, "일단 빨리 해주자"
인상 필요성 역설하던 통합당은 "막말방송에 인상 안될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7.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무려 40여년간 갑론을박을 이어왔던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방안이 또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KBS와 EBS에서 사용하는 수신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가 이에 동의의견을 밝히면서다.

다만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2012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 추진하던 KBS 수신료 인상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입장이었는데, 여당이 되니 수신료를 인상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수신료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미래통합당은 야당 신분이 되자 입장을 뒤집어 "KBS 공공성 회복과 자구책부터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가 모두 입장을 바꾼 것이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청와대에서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을 받았고 인사청문회를 치른 후 전임 이효성 위원장의 남은 임기동안 위원장 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달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데, 청와대는 5기 방통위원장으로 한 위원장을 재지명하면서 이날 두번째 인사청문회를 받게 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다수의 여당 의원들은 한 위원장에게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상파의 재원위기가 심각하다면서 "수신료를 인상하고 중간광고를 신설해야 한다"면서 "후보자가 (연임한다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BS 기자 출신인 같은당 정필모 의원도 "(KBS의)재원이 고갈되고 있어 (수신료 인상에 대한) 빠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공영방송이 상업광고를 폐지하고 공익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해야 하는데, 방통위가 상업광고 폐지를 권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공영방송 재원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인 것은 맞다"면서 "수신료 역시 현실화 해야 하는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동의를 표했다.

역대 정부는 1981년 2500원으로 수신료가 인상된 이후 40년째 동결된 공영방송 수신료에 대해 일관되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지난 2012년에는 1기 방통위가 관련 학계 등 전문가 집단에 연구용역까지 발주해 수신료 인상 타당성 및 적정 인상범위 등 기본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당시 방통위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신료를 1000원 인상한 3500원으로 인상하는 대신 KBS2TV의 상업광고를 줄이고 공공 프로그램 제작, EBS 교육프로그램 제작 확대 등에 투자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차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하고 KBS의 상업광고를 전면폐지해야 한다는 안까지 나왔지만 국민의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최종 3500원으로 안을 확정했다.

해당 방안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한 곳은 다름아닌 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민주통합당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은 "KBS의 경영 부진을 '준조세' 성격이 있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KBS의 방만경영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신료 인상을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2011년 KBS의 재무결산 결과 KBS는 순이익이 2010년 대비 89% 감소했지만 인건비는 9.3%가 상승했고 콘도나 골프회원권 구입, 유지비로 90억원을 집행했으며 임직원 복리후생비도 753억원이 쓰였다"면서 "이같은 방만경영을 해소하지 않고 어떻게 수신료 올리겠다고 할 수 있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당시 민주당은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고 상업광고를 폐지할 경우 해당 광고를 고스란히 신생종합편성채널이 수주할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즉 수신료 인상이 국민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KBS 광고폐지를 통한 '종편 먹여살리기'를 위한 밑그림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수신료 인상에 극구 반대의견을 펼쳤고 결국 수신료 인상 논의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번 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여당이 수신료 인상 문제를 들고 나오자 비판적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와 비교해 KBS의 '공공성'이 강화됐다고 보기 어렵고 공영방송의 재정상태는 더욱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의 논리대로라면 '강력한 자구방안'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그 이후 수신료 인상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날 여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에 따른 KBS 경영 자구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KBS에 대한 경영 자구안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요구하고 나섰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일관되게 요구했던 수신료 인상안을 현 여당이 먼저 제기했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되고보니 상황이 달라진 모양새다.

이날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우리 방송은 과연 수신료를 더 지불할 가치가 있냐"고 질문하며 "자꾸 공영방송의 재정문제만 이야기를 하시는데, 막말과 욕설을 듣기 위해 국민들이 세금(수신료의 잘못된 표현) 내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대해 한상혁 후보자는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공영방송의 자구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재원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으니 신속한 결정을 내리라"고 독촉했고 한 후보자는 "신속히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