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과학]흙냄새? 풀냄새?…향긋한 '봄비 향기' 그 정체는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계절의 여왕' 봄에는 온 세상이 형형색색 화려한 꽃과 싱그러운 잎으로 물든다. 향긋한 꽃내음에 눈이 즐겁다. 봄비에도 향기가 있다. 흙 냄새 같기도 풀 냄새 같기도 한 봄비 향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이 향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은 1964년 호주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겨울동안 나무와 같은 식물이 향을 가진 내뿜는 '식물기름'이나 땅속 '박테리아'가 만들 화학물질이 봄비 향기의 원인이라는 내용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당시 식물에서 나온 기름을 '페트리커'(Petrichor)라고 명명했다. 그리스 말로 바위인 '페트로스'(petros)와 신의 향수인 '이커'(ichor)를 뜻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식물기름이나 박테리아가 어떻게 공기로 방출되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지난 2015년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어떻게 봄비 향기가 퍼지는지 밝혀냈다. MIT 연구진은 봄비 고유의 향기는 빗방울에서 나오는 미세한 액체 입자인 '에어로졸'(aerosol)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물질에 빗방울을 대신한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600번 이상 진행하고, 그 모습을 고속 카메라에 담았다.
그 결과 물방울 토양 시료에 닿는 순간 납작해지고 표면에 기포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토양 표면은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미세한 구멍이 나있는 다공성 형태다. 이 기포가 터지면서 순간 공기 중으로 수많은 에어로졸을 분출했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부유하는 고체나 액체의 미세한 입자를 가르킨다. 땅속에 있던 식물성 기름인 페트리커나 박테리아가 에어로졸을 통해 공기 중으로 퍼지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봄비가 아닌 다른 계절에 내린 비에도 에어로졸이 생겨 봄비 향기를 풍겨야 하는게 아닐까. MIT 연구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장마철 폭우처럼 거세게 비가 내릴 때보다 봄비처럼 가늘고 약한 비가 내릴 때 에어로졸이 더 많이 생겼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2m 이상이 되면 대부분 토양에서 물이 빨리 흡수되면서 에어로졸 발산도 줄어들었다. 봄비 향기가 유독 향긋한 이유다.
MIT 연구진은 이후 2017년 에어로졸에 포함된 박테리아가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생존율 파악기법도 개발했다. 박테리아는 에어로졸 속에서 1시간 이상 살아있음이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봄비 향기를 내는 식물기름이나 박테리아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전문가들은 흙속에는 인체에 해로운 박테리아는 거의 없어 사람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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