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용 '원자 메모리' 소재 선별하는 기술개발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금속의 원자에서 띠는 핵의 자성을 측정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원자를 메모리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인지 아닌지 선별할 수 있어, 양자컴퓨터 소재 개발에도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자 메모리' 개발을 주도하는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 겸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18일 이화여대 신세계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신체 내부를 샅샅히 들여다보듯 금속 원자 하나하나에서 핵의 자성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실험에 사용된 금속은 티타늄과 철이다.

원자핵은 마치 나침반이나 막대자석처럼 자성을 띤다. 이 자성을 '핵스핀'이라고 한다. 핵스핀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이 핵스핀을 측정하기 위해 수백만개의 원자핵을 모아야 했다. 그러나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핵스핀을 하나씩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이 원자 핵스핀 측정에 사용한 기술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전자스핀공명(ESR)이다. 이 두가지 기술을 결합시켜 에너지분해능(정밀도)을 1만배 높였다. 이 두 기술을 합쳐서 측정한 시도는 세계 처음이다.

STM은 뾰족한 금속 탐침이다. 원자를 하나씩 집어서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관찰도 가능하다. 공간 분해능도 좋다. ESR은 원자핵의 스핀과 전자스핀 사이 서로 밀고 당기는 상호작용으로, 에너지분해능이 우수하다.

안드레아스 단장은 "원자의 핵스핀 측정에 성공함으로써 원자를 메모리 소자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기술개발의 의미를 평가했다. 안드레아스 단장은 지난해 원자 하나로 1비트 메모리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는 실리콘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전력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도 '원자 메모리' 연구의 연장선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스핀소자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이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고체 기판 위 원자가 놓인 위치에 따라 소자의 전자기적 특성이 달라지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원자가 저장장치이자 회로가 되는 차세대 전자소자 설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아스 단장은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양자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양자컴퓨터 소재를 선별하는 기술로 응용될 수 있다"면서 "원자가 메모리이자 회로가 되는 고체기반 차세대 전자장치 설계에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연구는 안드레아스 단장 연구팀과 미국 IBM 알마덴연구소가 공동으로 이룬 성과로, 19일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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