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고기판 흔들겠다" 미트박스의 거침없는 도전

소고기·돼지고기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를 공동창업한 서영직 대표(왼쪽)와 김기봉 대표 ⓒ News1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1만명도 안되는 유통업자가 40조원에 이르는 고기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부동산이나 중고자동차 시장처럼 이제 고기유통 시장도 투명해져야죠."

축산물 직거래 O2O 플랫폼 '미트박스(MeatBox)'의 서영직(46) 대표와 김기봉(46) 대표는 경북대 동기로 "고기 유통의 불편한 진실을 알려 고기판을 흔들어보자"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40대 늦은 나이에 겁없이 창업을 저질렀다. 서 대표는 보쌈 프랜차이즈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 김 대표는 게임회사 웹젠에서 근무한 바 있다.

'미트박스'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11개월째. 축산물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서비스를 하다보니 입소문을 타면서 갈수록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단다. 취급하는 축산물은 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이고, 닭고기도 거래되고 있다.

김기봉 대표는 "사실 아직은 적자예요"라며 "하지만 가격이 착해서인지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 6월에는 거래량이 100억원을 넘기도 했다"며 자랑한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30억원의 '깜짝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업에 더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미트박스의 수익은 구매가의 3~5%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이 앱을 통해 축산물을 거래하려면 축산 생산자와 식당 모두 일종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 모바일과 PC에서 모두 주문이 가능하고, 이용자의 90%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라고 한다.

'미트박스'를 이용하면 고기값이 얼마나 싸질까 갑자기 궁금했다. 이에 대해 서영직 대표는 "미트박스를 이용한 다음부터 매월 300만원가량 비용이 줄었다는 고기집이 다수"라며 "이것이 미트박스 재이용률이 90%에 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유통마진이 줄어들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서 대표는 "직접 프랜차이즈를 운영해보니 국내 고기유통 시장이 매우 폐쇄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중간에 유통마진을 챙기는 사업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고기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국내 육류 시장규모는 연 40조원에 이르지만 이중 중간 마진은 약 7~8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도매 거래의 경우, 서울 마장동 등 일부 지역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외상 등 여러 조건이 붙으면서 불필요한 금융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게 두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미트박스는 원판매자가 바로 소비자에게 갖다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유통에서 장난칠수 있는게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시세공시제'도 도입했다. 미트박스에서 거래되는 추이를 데이터로 만들어 하루마다 달라지는 고기 시세를 알려준다.

김 대표는 "부동산이나 중고차 시장처럼 이제 고기유통 시장도 투명하게 오픈되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이제 우리가 고기판을 제대로 한번 흔들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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