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근무시간에 누워있고 배구하고'…구글러들의 일터

자유로운 분위기에 직원복지도 최고수준…"협업은 구글러의 필수 소양"
"구글러는 인지능력과 직무지식, 리더십 그리고 구글다움을 갖춰야 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전경 ⓒ News1 주성호 기자

(캘리포니아(미국)=뉴스1) 주성호 기자 = "이곳이 창의력이 넘치는 구글러(Googler)들이 일하는 마운틴뷰 캠퍼스가 맞나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기업 구글의 본사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마주한 것은 잔디밭에 엎드려 태블릿PC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 옆에서는 구글을 상징하는 빨강, 파랑, 초록색으로 물든 자전거를 탄 직원 무리가 각자의 사무실로 분주하게 이동 중이었다. 17년 전 검색엔진에서 시작해 어느새 무인자동차와 인공지능(AI), 우주과학기술 등 다방면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IT공룡' 구글은 그렇게 탄생했다.

구글은 직원들의 출퇴근이 자유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구글코리아 1호 엔지니어로 입사해 미국 본사로 옮긴 이동휘씨는 기자와 만나 "직원 대부분의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며 "그러나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업무가 늦어지는 등의 단점은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 마련된 임직원 전용 자전거. 구글 직원들은 본사 내에서 이동할 때나 출·퇴근을 할 때 언제든 자유롭게 이 자전거를 사용한다. 2016.5.18/뉴스1 ⓒ News1 주성호 기자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을 위한 최고 수준의 복지도 전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이 '구글러'(Googler, 구글직원)를 선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방문한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는 30개 이상의 카페테리아가 있다. 이곳에서 구글 직원들은 식사를 해결하기도 하고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달랜다.

55개국 구글지사에 있는 185개의 카페테리아에서는 하루 11만명분 이상의 식사를 직원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한다. 여러 나라에서 온 직원들을 배려해 식단은 채식부터 육류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구글은 본사 곳곳에 가꾼 작은 텃밭을 통해 카페테리아에 쓰이는 샐러드 재료를 가져온다.

구글 직원들의 자유분방함은 한국의 그 어떤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화였다. 직원들은 본사 곳곳에 마련된 벤치나 잔디밭에 앉아 노트북PC로 자신의 업무를 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 마련된 텃밭에서 카페테리아 직원이 샐러드용 채소를 뽑고 있다. 구글은 본사 내 곳곳에 마련된 텃밭에서 가꾼 채소로 임직원들을 위한 식단을 꾸린다. 2016.5.18/뉴스1 ⓒ News1 주성호 기자

건물 사이에 마련된 모래밭에서는 남자직원들이 상의를 벗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배구를 즐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는 임직원간 장벽도 허물게 만든다. 구글 임직원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본사에서 가장 오래된 '찰리 카페'에 모여 회사 전반에 대한 집단토론 프로그램인 'TGIF'(Thanks God, It's Friday)를 진행한다.

원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주 금요일에 열렸지만 아시아 지역 등 다른 국가 임직원들을 배려해 목요일 오후로 시간대를 변경했다. TGIF가 열리는 날이면 찰리 카페 앞은 2시간 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게 구글 관계자의 설명이다. TGIF 행사에는 갓 입사한 '주니어 구글러'부터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현 최고경영자(CEO) 순다 피차이까지 참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의 가장 오래된 식당 '찰리스 카페'에 마련된 'TGIF'(Thanks God, It's Friday) 행사장. 이곳에서는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을 포함해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와 수많은 직원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2016.5.18/뉴스1 ⓒ News1 주성호 기자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임직원들은 구글의 화상회의 프로그램 '행아웃'을 통해 실시간으로 행사를 지켜본다. 직원들은 경영진의 잘못을 질타하기도 하며, 자신의 휴가에 대한 계획을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최적의 근무환경을 갖춘 곳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수닐 찬드라 구글 인사담당 부사장은 "구글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지능력, 직무관련 지식, 리더십, 마지막으로 구글다움(Googleyness)"이라고 말했다.

즉 자신의 직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이를 해낼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갖춘 인재여야 구글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닐 찬드라 부사장은 "'구글다움'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학습하는 태도와 여러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방식"이라며 "구글다움이 없다면 구글에서 일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에서 남자 직원들이 상의를 벗은채 배구를 즐기고 있는 모습. 구글은 이처럼 편안한 업무 분위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임직원들에게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다른 사람과의 협업 능력 등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 2016.5.18/뉴스1 (사진제공=구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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