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의 부활?…알고보니 이홍선 대표의 '두집 살림'

TG앤컴퍼니·삼보컴퓨터 지분 관계 없어…TG앤컴퍼니는 이홍선 대표 개인회사
루나폰 인기에 TG앤컴퍼니 '쑥쑥' vs 삼보컴퓨터는 주력 PC사업 부진에 '휘청'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현준 기자 = 일명 '설현폰'으로 불리는 SK텔레콤 전용폰 '루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삼보컴퓨터의 부활이 화제가 되고 있다. 루나를 만든 제조사 TG앤컴퍼니가 삼보컴퓨터의 'TG' 브랜드를 쓰고 있어 '루나의 성공=삼보컴퓨터의 재기'라는 등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실상은 이홍선 대표의 '두집 살림' 체제다. TG앤컴퍼니는 삼보컴퓨터의 TG브랜드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두 회사 간의 지분 관계는 전혀 없다. 두 회사의 대표이사만 동일할 뿐이다. TG앤컴퍼니는 삼보컴퓨터의 창업주 이용태 회장의 차남 이홍선 대표의 개인 회사다. 이홍선 대표는 모태인 삼보컴퓨터를 기반으로 일군 TG앤컴퍼니는 '알짜 개인회사'로 만들었다. 반면, 삼보컴퓨터는 주력사업인 PC사업 부진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TG앤컴퍼니는 2011년 TG삼보컴퓨터의 직원들이 회사를 나와 설립한 TG에듀가 시작점이다. 창립 당시 회사명에 TG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내용의 라이선스 계약을 삼보컴퓨터와 맺고 전자칠판용 디스플레이를 교육 시장에 판매했다. 삼보컴퓨터에서 PC 외에 다른 먹거리를 고민하던 이 대표의 눈에 이 회사가 들어왔다. 삼보컴퓨터는 PC 제조사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스마트폰 등 다른 제품을 내놓기 쉽지 않았지만 TG에듀는 TG 브랜드를 쓰면서도 PC 회사라는 느낌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지난해 개인적으로 TG에듀를 인수하며 사명을 TG앤컴퍼니로 변경했다. 그는 TG앤컴퍼니의 지분 60%를 보유하며 대주주가 됐다. 삼보컴퓨터와 TG앤컴퍼니는 지분 관계가 없지만 대표는 한 사람이 맡게 된 것이다. 삼보컴퓨터의 대주주는 역시 이 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는 TG나래로 5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간 '거래'는 이뤄지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지난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보컴퓨터는 상반기에 TG앤컴퍼니를 통해 약 10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약 2억원의 비용을 지출해 8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그간 TG앤컴퍼니의 성장세에 삼보컴퓨터의 기존 고객 및 인지도 등 유무형의 자산이 활용돼 왔다. TG앤컴퍼니 관계자는 "이 대표가 TG앤컴퍼니를 인수한 지난해 12월에는 이미 대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다"며 "새롭게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분리 경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개인 회사를 키워가는 동안 모태인 삼보컴퓨터는 PC 시장이 위축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7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 줄었다.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32% 감소했다. 또 지난 8월 기타주식 70만주를 무상 감자하면서 자본금은 73억7200만원에서 56억2200만원으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조달청 데스크톱PC 판매도 중단됐다.

일반 개인 PC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장악해 그나마 2013년부터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된 조달청 데스크톱PC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이마저도 거래가 끊긴 것이다. 삼보컴퓨터와 대우루컴즈·에이텍 등 세 개 회사의 점유율이 70%를 넘어서자 정부조달컴퓨터협회와 3사가 더 많은 중소기업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부 조달 시장 '나라장터'에서 지난 8월 20일부터 영업을 중지했다. 사실상 하반기 조달청 데스크톱PC 매출이 날아간 셈이다.

지난해 삼보컴퓨터는 조달청 데스크톱 PC 판매로 8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1365억원의 65%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보컴퓨터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조달청 데스크톱 PC 판매로 약 6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협회와 3사는 올해 3사의 누적 점유율이 70%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상위 3개사의 누적 점유율이 70% 아래로 내려가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다시 70%를 넘어서면 영업을 다시 정지한다. 조달청 관계자는 "상위 3개사의 데스크톱PC 판매 누적 점유율 70%를 기준으로 영업을 정지하는 것은 올해 말까지 운영할 것"이라며 "협회·수요기관의 의견을 들어본 후 내년에도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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