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폰 늘리자는데…이통3사, 상반된 공기계 개통 절차

공기계 구매자 중 KT 가입자는 대리점 직접 방문해야 개통 가능
SKT·LGU+ "소비자 불편만 늘어"…방통위 "자급제 시장 확대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갤럭시노트5'를 공기계로 구입한 KT 가입자의 경우 즉시 개통이 되지 않고 별도 전산처리를 거쳐야 한다는 안내가 게재됐다. ⓒ News1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KT 가입자는 범용 단말기인 '공기계'를 구매한 뒤 범용가입자인증모듈(유심·USIM) 칩을 넣어도 휴대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최근 KT가 공기계 개통 절차를 바꿔 직접 오프라인 대리점을 방문하는 경우에만 개통을 허가해 주고 있어서다.

1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공기계를 산 고객이 USIM을 끼워넣더라도 자동으로 개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는 USIM만 넣으면 자동 개통된다.

이에대해 KT는 USIM 자동 개통시 오개통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시스템을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어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소비자 불편만 늘었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KT 관계자는 "모든 기기마다 일련번호가 있는데 기존처럼 USIM만 꽂아 소비자 자체적으로 개통을 해버리면 통신사가 단말기들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힘들어 진다"며 "같은 일련번호로 다른 사람이 개통하거나 갑자기 분실폰으로 등록되는 경우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직접 기기들을 관리하기 위해 올들어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이같은 설명에 대해 동종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오개통으로 인한 문제가 그렇게 많다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왜 기존 방식을 유지하겠나"며 "개선을 시키려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소비자 발품만 더 들게 바꿔놨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요즘 정부의 '20%요금할인' 제도 때문에 굳이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자급제 방식으로 제조사 판매점에서 휴대폰을 사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굳이 별도의 전산 처리 작업을 추가한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KT의 공기계 개통 절차가 바뀌자 지난 8월 20일 '갤럭시노트5'를 출시한 삼성전자도 별도 공지를 띄웠다. KT 무약정폰은 통신사 정책상 '판매자 세팅'(일명 Lock)이라는 전산처리 후 개통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기기를 들고 KT 대리점을 방문해 공기계 일련번호를 대리점 직원이 자체 시스템에 등록한 뒤 개통을 진행시켜 줘야 비로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KT의 이같은 시스템 변동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자급제 시장 확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를 통해 단말기 구매와 이통사 서비스 가입을 분리시키는 자급제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KT가 UIM만 넣는 걸로 개통이 가능해 자급제 방식이 활성화되면 가입자를 묶어두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꾼 것 같다"며 "정부에서 USIM만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자급제 시장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는 와중에 절차가 기존보다 복잡해 진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지난 9월 자급제 판매 위주인 양판점을 방문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도 할인율이 기존 12%에서 20%로 확대된 이후 이통사의 지원금(보조금)을 받지 않고 단말기를 구매하는 자급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자급제폰 모델을 다양화하고 고객들이 보다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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