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닮은 로봇'…섬뜩한가요, 아니면 귀여운가요?

[테크놀로지와 사람]'로봇 폭행사건'서 미래사회를 생각한다

편집자주 ...김경화 일본 칸다외국어대 교수가 테크놀로지에 관한 최신 이슈를 소개하고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역사적·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해드립니다.

감정 인식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 ⓒ News1

김경화(칸다 외국어대학교 교수) = 얼마 전 일본에서 인간과 흡사한 모습의 로봇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지난 6일, 카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소프트뱅크 매장에서 일어났다.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매장 직원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객 업무를 위해 배치된 로봇 ‘페퍼 (Pepper)’에 발길질을 했다. ‘페퍼’는 쓰러진 뒤,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는 등 일시적으로 문제를 겪었지만, 지금은 정상 업무에 복귀했다. 이 사건은 여러 매체에서 로봇 폭행으로 소개되었지만, 정작 용의자는 기물손괴죄로 체포되었다. 로봇은 인간이 아니므로,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폭행을 당한 대상이 로봇이라는 점 때문이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하는 미래는 SF영화의 단골 주제 아닌가. 이 ‘로봇 폭행 사건’을 인간과 로봇이 갈등하는 미래의 예고편 정도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森政弘)는 로봇에 대한 인간의 정서적 반응을 연구했는데, 결과가 흥미롭다. 인형이 귀엽다고 느끼듯, 우리는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해 정서적 친밀감을 느낀다. 그런데 로봇이 인간을 닮은 정도가 어느 선을 넘어서면, 친밀감이 아니라 섬뜩함을 느낀다. 인간과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생기는 부자연스러움과 거북함이 불쾌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 선을 넘어 인간을 닮은 정도가 늘어나면 로봇에 대한 친밀감은 다시 회복된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로봇의 인간 유사성에 비례해서 높아지던 친밀도가 어느 지점에서 뚝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모양이 마치 계곡처럼 나타난다. 모리는 이 그래프를 ‘섬뜩한 골짜기(uncanny valley, 不気味の谷: 언캐니 밸리, 불쾌한 골짜기로도 불림)’ 라고 이름 붙였다.

‘섬뜩한 골짜기’에 관한 논의는, 인간이 로봇에 대해 정서적으로 반응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금까지 로봇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기능적, 기술적 부분에 집중되어 왔다. 그런데 로봇의 정서적, 감정적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적어도 취객이 로봇 ‘페퍼’에게 화풀이 폭력을 가한 사건은, 로봇에 대한 인간의 부정적 감정이 표출된 사례인 것이다.

지난 6월 정식 판매가 시작된 ‘페퍼’는 독자적인 감정 알고리즘을 탑재한 가정용 로봇이다. 두 발로 걷고 공을 차는 ‘아시모’ (90년대 혼다사가 발매한 로봇) 에 비해, 바퀴로 이동하는 ‘페퍼’는 문지방도 못 넘는다. 하지만 ‘페퍼’는 주변 환경에 의해 감정이 변화하며,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 정서적으로 반응한다. 감정과 지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용화된 로봇 중 가장 진보되었고 또 인간과 비슷하다.

그보다도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가 학습한다는 점이다. 그의 지능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경험과 배움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개별 로봇들의 학습 결과는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로 보내어져, ‘페퍼’의 집합적 인공 지능을 정교화한다. ‘페퍼’는 스스로 똑똑해지는 로봇이다.

인공지능 연구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이전에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지성이 출현하리라 단언하는데, 이는 인공 지능이 학습을 통해 스스로 똑똑해진다는 예측에 근거한 것이었다. ‘페퍼’의 본체 가격은 19만8,000엔 (한화 약 190만원) 으로 탑재된 하드웨어의 사양에 비해 파격적으로 싸다. 이 점을 두고 ‘페퍼’ 판매로 수익을 회수하기 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페퍼’를 실제 학습상황에 투입해 하루라도 빨리 우수한 인공 지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우선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로봇 폭행 사건을 기술에 대한 단순 혐오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꺼림찍한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 ‘페퍼’ 자체는 실패로 돌아갈 지 모르지만, 지능적, 정서적 로봇을 정교화 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스스로 똑똑해지는 로봇. 이 새로운 종류의 개체를 어떤 존재로서 사회에 받아들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하는 시점이 의외로 가까울 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로봇이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맹랑한 궁금증도 생긴다. 변덕스럽고 일관성 없는 인간의 마음이 로봇의 알고리즘 속에서 어떻게 분석되고 정보화될 것인가.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인간과 로봇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지점일지도 모른다. 얼마전 취객에게 돌연 발길질을 당해 쓰러진 ‘페퍼’가 클라우드 데이터 베이스에 어떤 정보를 피드백했을 지 새삼 궁금해진다.

김경화 일본 칸다외국어대 교수

학제정보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업전략, 오마이뉴스 재팬 COO이사 등을 역임했다. 동경대 정보학과 조교수를 거쳐 칸다외국어대에서 정보 사회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김경화 일본 칸다외국어대 교수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