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야사] '웹툰 10년' 싸이 한류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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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재경 기자 = #평범한 회사원인 김연우(30)와 여고생 수영(18)의 평일 아침은 주로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시작된다. 짧은 시간의 반복이었지만, 내성적이었던 둘에게 좁은 엘리베이터 내에서의 침묵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둘만이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멈춰선다. 그날 이후, 두근거리는 마음을 들키게 될까 고심하던 연우는 교복 넥타이가 없었던 수영에게 자신의 하나뿐인 넥타이를 빌려준다. 며칠 후, 이 넥타이를 잃어버렸다며 수영은 연우에게 새 넥타이를 선물하게 되는데….

10년전, 국내 온라인을 강타했던 웹툰(인터넷 만화) 1세대 작가 강풀(본명 강도영)의 '순정만화' 줄거리다. 고교 시절 부모를 여의고 외롭게 살아왔지만 순수했던 연우와 풋풋했던 수영 사이에서 빚어진 다소 진부했던 이 스토리는 당시, 네티즌들을 열광시켰다. 2003년10월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연재를 시작한 이 순정만화의 일일 최고 조회수는 200만건에, 평균 댓글 수만도 25만개에 달했다.

이전까지 단순한 신변잡기식 에피소드 위주로 꾸며졌던 웹툰과는 달리, 호기심에 재미를 더한 '순정만화'만의 스토리텔링이 주효했던 셈이다. 앞선 작품들과 달리, '순정만화' 우리나라 웹툰의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보는 이유다.

'순정만화'의 인기는 스크린과 공연 무대까지 파고 들었다. 영화 제작은 물론, 연극 무대에서도 잇따라 소개되면서 오프라인 대중들도 사로잡았다. '순정만화'는 사실상, 웹툰을 일반인들에게 대중화시킨 기폭제였다.

◇ 누리꾼들의 '사랑방'으로 출발

한국 웹툰은 2000년3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였던 라이코스가 개설한 '만화방'에서부터 시작됐다. "즐겁지 않으면 인터넷이 아니다"란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오락부문을 강화했던 당시, 라이코스 만화방은 누리꾼들의 사랑방이었다. 음악과 게임 등 15개 가량의 카테고리에서 웹툰 페이지뷰도 50%에 육박했을 만큼, 많은 네티즌들이 몰렸다. 덕분에 인터넷 만화 전문 포털사이트까지 생겨났다.

개화기는 이듬해부터 열렸다. 2001년3월 야후 코리아가 '카툰세상'이란 코너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웹툰 알리기에 나섰고 그 해 11월에 나온 '마린블루스'(정철연 작가)는 스크롤 방식의 신선한 다이어리툰으로, 많은 누리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웹툰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뛰어들면서 성숙기도 빨리 찾아왔다. 2003년 다음(Daum)에서 '만화 속 세상'을 오픈한 데 이어 2년 뒤엔 ‘네이버웹툰’으로 NHN까지 가세, 웹툰의 '문화 코드' 위상도 달라졌다.

◇ 잠재 성장성도 무궁무진…‘신 한류’ 되나

웹툰의 매력은 역시, 무궁무진한 부가가치에 있다. 영화에서부터 드라마와 게임, 광고, 이모티콘까지 진출 분야도 무한대다. 많은 관객 동원으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이끼'(2010년, 338만명)와 '이웃사람'(2012년, 243만명), '26년'(2012년, 300만명),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년, 700만명) 등도 모두 웹툰에서 출발했다.

시장상황도 긍정적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약 1500억원에 머물렀던 국내 웹툰 시장은 오는 2015년엔 3000억원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PC) 등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힘입어 웹툰 수요도 급증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기존 오프라인 만화에 모바일 정보기술(IT) 기기의 최신 기능이 더해지면서 웹툰의 인기도 치솟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일 영국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김상헌 NHN대표가 "(우리나라) 웹툰은 유튜브에서 싸이가 성공한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며 호언장담한 것도 IT와 결합해 만들어 낼 웹툰의 잠재성장성 때문이었다.

웹툰의 인기 상승으로 열악했던 작가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게재되는 웹툰의 회당 원고료는 신인 약 10만~20만원, 2년차는 15만~35만원, 3년차는 20~55만원 가량이며 인기 작가의 경우엔 1주일 2회 연재시 월 440만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웹툰과 관련 있는 음악이나 동영상, 게임, 전자상거래 등 모든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면 웹툰도 응용 소프트웨어(앱) 생태계에 버금가는 거대한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eo0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