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DNA 품은 넥슨…'엔터기업'으로 몸집 불린다
케빈 메이어 디즈니 CSO 출신, 신임 사외이사에 내정
넥슨, 글로벌 엔터기업에 1조8000억 투자 예고
- 정윤경 기자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게임사 넥슨이 디즈니의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인 케빈 메이어를 신임 사외이사에 내정하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케인 메이어 신임 사외이사 내정자는 '만화영화 및 테마파크 사업 정도였던 디즈니를 글로벌 동영상플랫폼(OTT) 기업이자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일궈낸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CSO였던 시절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를 기획했고 훌루 등의 신규서비스를 론칭했다. 또 픽사, 마블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폭스 등의 인수를 이끌었다.
투자 전문가이자 미디어 플랫폼,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넥슨의 '변신'에 보다 적극적인 조언을 얻고자 하는 것이 이번 사외이사 영입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2.2조 현금 쥔 넥슨…디즈니 DNA 품고 '글로벌 엔터'기업 도약
넥슨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1조8000억원이란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만큼, 본업과 다른 사업에 진출해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당시 업계에선 디즈니가 가장 먼저 거론되기도 했다.
넥슨의 개발력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식재산권(IP)이 더해질 경우 IP를 활용한 게임개발이 가능해지고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테마파크 건설, 영화·드라마 제작도 가능해진다.
오웬 마호니 넥슨 최고경영자(CEO)는 "넥슨이 보유한 현금을 기반으로 현명한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며 "넥슨이 보유한 현금을 주요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훌륭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명은 밝히지 않았으며 엔터테인먼트 회사인지, 게임회사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4월 자회사인 네오플로부터 1조4961억원을 차입한 바 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112억원을 더하면 현재 넥슨이 쥐고 있는 현금은 약 2조2073억원 규모다.
메이어 내정자는 픽사, 마블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이에 디즈니 DNA를 이식해 인수 전보다 더 화려하게 성장시킨 '황금손'이다. 넥슨의 인수합병 계획이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에 다각도로 조력자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메이어 내정자가 넥슨의 실제 경영진이 아닌 '사외이사' 정도여서 경영에 직접적인 파급력은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정자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성과를 낸 만큼 넥슨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사외이사 역할이기 때문에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 왕국' 꿈 꾼 김정주 대표…케빈 메이어, '키맨' 될까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대표는 오래전부터 '어린이·청소년'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은둔형 경영자'로 잘 알려진 그는 넥슨의 사회 공헌활동 중 하나인 어린이 재활 병원 행사에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디즈니를 롤모델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책 '플레이'에서 그는 "제일 부러운 건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은)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디즈니한테 돈을 뜯긴다. 넥슨은 아직 멀었다. 누군가는 넥슨을 죽도록 미워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1월 넥슨 지분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 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 당시 김정주 대표가 디즈니의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NXC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김 대표가 만난 고위 관계자가 케빈 메이어 내정자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케빈 메이어 내정자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과를 내온 만큼 넥슨 사외이사로서 넥슨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디즈니에 입사한 케빈 메이어 내정자는 디즈니의 기업전략부사장(2005년~2015년), 최고전략책임자(CSO)(2015년~2018년), DTCI담당 사장(2018년~2020년 5월)을 지냈다. 그는 애니메이션 기업인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폭스 영화·TV사업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디즈니를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8년에는 월트디즈니 DTCI 부문 대표를 역임하며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 등 신규 서비스 론칭과 글로벌 채널 운영 전반을 총괄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동영상 공유앱 틱톡 CEO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디즈니 뿐 아니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케빈 메이어 내정자는 넥슨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도약할 수 있는 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v_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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