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는 있는데 시청자는 떠났다"…유료방송 '유사 코드커팅'

TV선 외면·OTT선 인기…"콘텐츠 경쟁력보다 서비스 문제"
"규제가 문제의 전부 아냐"…플랫폼·PP 서비스 혁신 필요

조영신 미디어엔터연구소 대표가 국내 방송산업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신민경 기자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방송산업이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유료방송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콘텐츠 경쟁력이나 규제 문제에만 해법을 찾기보다 시청자가 다시 TV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료방송의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오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열린 'K-콘텐츠 흥행의 그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제작절벽과 생존과제' 스터디에서 조영신 미디어엔터연구소 대표는 국내 방송산업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영신 미디어엔터연구소 대표는 OTT 서비스에서 1위를 기록하는 콘텐츠가 방송에서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조 대표는 국내 방송시장의 위기를 단순히 넷플릭스 등 OTT 성장이나 콘텐츠 경쟁력 약화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방송채널에서 방영된 콘텐츠가 TV에서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도 넷플릭스 등 OTT에서는 인기 콘텐츠 상위권에 오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콘텐츠 자체보다 이를 소비하는 방식에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시청자가 방송 시작 시간을 놓쳤을 때의 일상적인 시청 행태를 예로 들었다. 퇴근 후 TV를 켰는데 보고 싶은 드라마가 이미 15분가량 진행됐다면 중간부터 시청하기보다 티빙이나 웨이브 등 OTT로 이동해 처음부터 보는 것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은 텔레비전에서 안 보고 넷플릭스에 가서 본다는 것"이라며 방송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기보다 유료방송 서비스가 변화한 시청 행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OTT에서는 이미 방영 중인 콘텐츠를 처음부터 재생하거나 원하는 시간에 다시 볼 수 있지만 기존 유료방송에서는 이 같은 기능을 충분히 이용하기 어렵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주문형비디오(VOD) 가격과 이용 편의성, 여러 기기를 통한 동시 시청 등에서도 OTT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조 대표는 국내 방송산업을 '유사 코드 커팅 시장'으로 분류했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문제는 이처럼 유료방송의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PP들이 기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 대표는 국내 시장을 실제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이 아닌 '유사 코드 커팅' 시장으로 규정했다.

코드 커팅은 케이블TV나 IPTV 등 기존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고 OTT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면 '유사 코드 커팅'은 유료방송 가입은 유지하면서 실제 TV 시청은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러한 차이는 채널 사업자의 생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외에서는 유료방송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채널 사업자들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FAST) 등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해 수익원을 찾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입자가 크게 이탈하지 않아 PP가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수신료 배분 수익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시청자가 OTT 등으로 이동하면서 광고 수익은 감소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이 같은 구조가 국내 PP를 기존 유료방송시장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수신료 배분이라는 기존 수익원이 남아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으로 적극 이동하기 어려운 데다, 시청 감소로 광고 수익은 악화하고 있어 결국 기존 유료방송시장 안에서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실시간 되감기, VOD 요금 인하 등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이에 조 대표는 유료방송 이용자를 다시 TV 앞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방송산업의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방송광고 규제 완화 등 기존 대책도 필요하지만 시청자가 떠난 상황에서 규제만 완화해서는 광고시장의 근본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규제 완화를 시장에 '시간을 벌어주는 조치'로 보고, 그 기간 플랫폼과 채널 사업자가 유료방송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시간 방송에서도 지나간 부분을 처음부터 볼 수 있는 퀵 VOD·타임시프트 기능을 확대하고, VOD 가격과 동시 시청 등 이용 환경도 OTT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PTV·케이블 등 플랫폼 사업자와 PP가 기존 이해관계에서 일부 양보하고 공동으로 서비스 혁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와 채널 사업자가 같이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유료방송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사업자의 노력이 선행돼야 규제의 효과가 실제 수혜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smk503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