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중독, 아이 의지 문제만 아냐"…플랫폼 책임론

KISDI "무한 스크롤·자동 재생이 강박적 이용 유발"
접근 규제·설계 규제 비교해 한국형 대안 마련해야

지난해 12월 9일 호주 시드니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 계정이 연령확인을 위해 잠긴 계정의 메시지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2025.12.09.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 문제를 개인의 절제 부족이 아니라 플랫폼의 설계 책임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발간한 'KISDI 프리미엄 리포트'에서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 문제를 개인 책임에서 플랫폼 책임으로 전환해 볼 필요가 있다고 2일 밝혔다.

보고서는 온라인 환경이 익명성과 상시적 연결성을 바탕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오프라인과 다른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봤다. 특히 단순 유해 콘텐츠 노출을 넘어 플랫폼의 기술적 설계가 강박적 이용을 유발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보고서는 아동·청소년 온라인 보호 논의가 단순한 이용 시간 관리에서 벗어나 플랫폼 설계와 알고리즘 책임을 묻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ISDI는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주목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푸시 알림,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추천 등이 대표적인 중독 설계로 꼽혔다.

무한 스크롤은 사용자가 페이지를 넘기거나 클릭하지 않아도 콘텐츠가 계속 이어지도록 해 이용을 멈출 신호를 없앤다. 자동 재생은 다음 콘텐츠를 자동으로 노출해 이용자가 별도 선택 없이 플랫폼에 머물도록 만든다. 알고리즘 추천은 이용자의 취향과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심을 끄는 콘텐츠를 계속 배치한다.

보고서는 이런 강박적 이용이 수면 부족, 인지 능력 저하, 불안, 우울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보다 자기 조절 능력이 덜 발달한 아동·청소년에게는 같은 설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다.

KISDI는 해외 대응 사례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처럼 특정 연령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가입과 접근을 제한하는 '접근 규제 모델', 미국 뉴욕주와 유럽연합(EU)처럼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중독성 알고리즘 피드와 알림을 통제하는 '설계 규제 모델', 플랫폼을 결함 있는 제품으로 보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미국식 '손해배상 청구 모델'이다.

국내 제도 설계를 위해서는 접근 규제와 설계 규제의 장단점을 비교해 한국 사회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규제 실효성을 높이려면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연령 보증' 기술 로드맵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성욱제 KISDI 연구위원은 "영국과 EU 사례처럼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나 실제 당사자인 청소년의 목소리를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참여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소셜미디어 중독은 다부처가 얽힌 복합적 사회 위기인 만큼 부처 간 협력과 연계가 원활할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