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대표 인사권 손질한 KT…이사회 '힘의 균형' 재조정
김영섭 임기 말 도입된 '이사회 사전승인' 삭제
KT "대표·이사회 역활 명확화"…업계선 지배구조 특수성 주목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KT(030200)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인사·조직개편 관련 사전 승인 규정을 삭제했다. 대표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김영섭 대표 체제 말기에 도입된 장치가 박윤영 신임 대표 체제에서 다시 손질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이상 경영임원의 임면과 조직개편을 추진할 때 이사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삭제했다. 조직개편 관련 사항도 이사회 '사전보고'에서 '보고'로 바꿨다.
표면적으로는 대표이사의 인사권과 조직 운영 자율성을 넓힌 조치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규정 정비라기보다 김영섭 대표 체제 말기에 강화된 경영 통제 장치를 박윤영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다시 손질한 성격이 짙다고 본다.
해당 사전 승인 규정은 김영섭 대표 체제였던 지난해 11월 4일 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규정은 부문장급 경영임원과 법무실장 임명·면직, 주요 조직의 설치·변경·폐지 등 조직개편 사안을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묶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보다 충실히 견제하고 주요 임원 선임 과정도 더 면밀히 살피자는 취지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표이사의 인사권 행사와 조직개편 등 고유 경영 권한에 이사회가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특히 김 대표 체제 말기에 도입된 규정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표 체제의 인사·조직 운영에도 적잖은 제약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실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올해 1월 KT 측에 해당 규정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사회의 인사·조직개편 사전 승인이 대표이사의 인사·조직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의결권 자문사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KT의 지배구조 특수성이 이런 장치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 관계자는 "KT는 오너가 없는 회사라 이사회와 경영진 사이 힘의 균형 문제가 다른 회사보다 더 민감하게 작동해 왔다"며 "이사회가 인사를 더 직접 들여다보는 구조가 형성된 배경도 이런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구조가 긍정적으로는 대표이사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였지만, 반대로는 임원들이 대표보다 이사회를 더 의식하게 만드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일부 임원들이 특정 이사와 가까워지며 자기 입지를 지키거나 경쟁자를 견제하려는 식의 움직임이 반복됐다는 말도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이번 개정 시점이 박윤영 대표 체제 출범 직후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업계에서는 새 대표가 선임된 뒤 곧바로 후속 인사와 조직 정비에 나서야 하는데, 기존처럼 이사회 사전 승인 절차가 유지되면 의사결정 속도와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KT는 이번 개정이 문제 수습 차원이라기보다 새 대표 체제 출범에 맞춰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역할을 다시 명확히 하고, 이사회 운영을 합리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번 조치는 김영섭 대표 체제였던 지난해 11월 도입된 대표 인사·조직 통제 장치가 국민연금과 노조 등의 문제 제기를 거쳐 박윤영 대표 체제에서 5개월여 만에 다시 손질된 셈이다.
이사회가 인사와 조직 운영에 직접 관여하던 장치를 일부 걷어내는 대신 대표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는 감독과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하도록 무게중심을 옮긴 시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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