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 월드컵 중계료 협상 평행선…'무료 시청권' 목소리 커진다

JTBC "적자 감수, 3사가 일부 분담해야" vs 지상파 "비용 전가"
주요 행사 '무료 방송' 필요성 부각…영국·호주 사례 논의 점화

이승훈 해설위원(가운데)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JTBC 단독 중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14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JTBC와 지상파 방송 3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상파 공동 중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보편적 시청권 논쟁도 격렬하게 타오를 전망이다.

31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전날(30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주재로 JTBC와 KBS·MBC·SBS 사장단이 참석한 간담회가 서울 시내에서 열렸다. 하지만 중계료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실무협의는 이어간다'는 여지는 남겨뒀지만 현재로선 올해 6월 개막하는 월드컵의 지상파 공동 중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지상파 관계자는 "중계권 협상과 관련해 진전은 없었다"며 "실무 협상은 이어갈 예정이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JTBC에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JTBC는 중계권을 약 1억 2500만 달러(약 1900억 원)에 확보하고, 디지털 재판매 수익을 제외한 비용을 중앙그룹과 지상파 3사가 절반씩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JTBC가 50%, 지상파 각 사가 약 16.7%를 부담하는 구조다.

JTBC는 해당 방안을 적자를 감수한 최종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지상파는 비용 전가라는 입장이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이번 협상을 중재하면서 공동 중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2032년까지 중계권을 공동 중계 방식으로 추진하는 등 장기적 논의의 토대는 마련됐다"며 "논의의 패러다임이 단기 협상에서 미래 지향적 협력으로 전환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30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30 ⓒ 뉴스1 최지환 기자
협상 교착 속 '보편적 시청권' 논쟁 확산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3인은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행사 시청권을 강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개정안은 중계방송권 집중으로 인한 접근권 제한 문제를 개선하고, 주요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시청권 보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림픽·월드컵 등을 '중대한 국민관심행사'로 지정하고, 추가 비용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보편적 방송수단 확보를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또 사전 승인제도를 도입해 중계권 확보 과정의 과열 경쟁을 완화하고, 온라인 중계를 포함해 둘 이상의 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중계가 이뤄지도록 규정했다.

이번 입법은 OTT와 유료방송 중심으로 재편된 중계 환경 속에서 국민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보편적 시청권의 기준을 '무료 제공'이 아닌 '실제 접근 가능성' 중심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계권료 상승과 OTT 확산으로 무료 기반 시청 환경이 약화되면서 일부 경기만 제한적으로 중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제도의 한계와 시청권 격차 확대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리스티드 이벤트(Listed Events) 제도를 통해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국가적 스포츠 행사를 무료방송 중심으로 방송할 수 있도록 지정하는 규제를 갖추고 있다. 최근엔 이 제도에 온라인 포털을 통한 중계나 OTT의 라이브스트리밍과 같은 디지털플랫폼 서비스도 포함했다.

호주 역시 안티 사이포닝(anti-siphoning) 제도를 통해 주요 스포츠 중계권이 유료 플랫폼에 독점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규제 도입 과정에서 '국민관심행사'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를 두고 정치적 논란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보편적 시청권을 어디까지 공적 영역으로 볼 것인지, 변화한 미디어 시장과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두고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