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어려운데 케이블TV-방송채널 왜 싸울까

OTT 등장 후 시장 쪼그라들면서 '콘텐츠 사용료' 갈등 격화
"유료방송 3년 버티기 힘들 것…정부가 나서서 새 판 짜줘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의 모습. 2019.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3623만 명.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다. 2024년 상반기부터 3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 중 케이블TV 사업자(SO)의 가입자는 1209만 명이다. 유료방송 업계에서 IPTV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감소세가 뚜렷하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이후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업계는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을 비롯해 사옥 이전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서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돈이 새어 나갈 구멍부터 막기 시작한 셈이다. 이 같은 기조 속에 '콘텐츠 사용료'(프로그램 사용료) 문제도 놓여있다. 최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갈등이 불거진 배경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PP와 SO 업계는 협단체를 중심으로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차원에서 마련한 '콘텐츠 사용료 공정 배분을 위한 산정기준안'이 문제가 됐다.

해당 기준안은 케이블TV 사업자(SO)의 매출 규모와 콘텐츠 사용료를 연동해 사용료 부담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쉽게 말해 SO는 업계의 어려움을 들어 콘텐츠 사용료를 깎으려 하고, PP는 일방적 사용료 감액이라며 이를 막으려는 상황이다.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한 문제다. 한정된 시장, 유료방송의 저가 요금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은 협상 시기마다 매번 반복돼 왔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개별 기업 간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갈등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LG헬로비전지부 등 조합원 300여명(비공식 추산)이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2025 임단투(임금단체협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갈등은 지난 9월부터 LG헬로비전이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안'에 따라 CJ ENM(035760) 측에 감액된 프로그램 사용료를 일방 지급하면서 시작됐지만, 대다수 SO 업체는 재계약 시점이 오면 협회의 산정기준안에 따라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SO와 PP 전반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를 두고 PP 업계는 일방적인 콘텐츠비 삭감이라며 반발했고, 케이블TV 사업자(SO)들은 수익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새로운 기준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커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룰을 제시해주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현재 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개점휴업’ 상태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PP와 SO의 합의는 어려울 거 같다. 누가 옳다 그르다 문제가 아니라 유불리가 나타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OTT가 등장하고 플랫폼 사업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고, PP의 콘텐츠 제작비 규모는 늘어나고 있어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유료방송 업계가 3년을 버티기 힘들 거 같고, 당장 망하진 않더라도 경쟁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룰,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줘야 하는 상황으로, 단기적으론 방송발전기금 면제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마련해주고 재허가 문제 및 편성 자율권 등 규제를 완화해 주는 걸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