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8년만에 돌아온 '홀맨'…"문ㅈㅏ감성 부활 ^_^~ㅋ"

인스타그램·유튜브에서 돌아온 홀맨과 레트로 '열풍'
홀맨 "옛날 그때 그 시절 감성 전해줄게~"

2002년 자취를 감춘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마스코트 '홀맨'이 18년만에 돌아왔다. 귀여운 생김새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모습의 '홀맨'은 당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지정 '캐릭터 베스트 10'에 선정되는 등 2000년대 초 1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피처폰 시대가 저물면서 자취를 감췄다. 24일 서울의 한 기찻길에서 새롭게 돌아온 '홀맨'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송화연 기자 = 김사랑이 '나는 18살이다'를 외치고, 빨간머리 'TTL소녀' 임은경이 신비함을 뽐냈던 2000년대 초.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에서는 전학온 첫날 교실에 들어오려다 머리가 앞문에 끼어 버둥대는 '홀맨'이 등장했다.

눈코입 하나 없지만 귀엽고 어설펐던, 추억 속의 친구가 18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그때 그 시절 '80바이트(byte)' 문자 감성을 들고.

돌아온 홀맨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곤란해!"였다. '도대체 왜?'라는 아쉬움에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홀맨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당황스러우면서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었다.

"홀맨은 입이 없어서 말로는 인터뷰가 힘들어…"

아뿔사. 그렇다. 홀맨은 입이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홀맨과의 인터뷰는 얼굴을 맞대고 '문자'를 통해 이뤄졌다.

그렇다. 홀맨은 입이 없었다. 2020.09.24./뉴스1 ⓒ News1 김정현 기자

◇돌아온 홀맨 "18년 전 감성은 이렇게 메마르지 않았는데ㅠㅠ"

홀맨은 18년 동안 왜 자취를 감춘걸까?

홀맨은 "2000년대 초 어느 날 소나기가 쏟아져서 비도 피할 겸 지하철역 구석에서 충전을 하고 있었는데 충전기가 고장난줄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며 "방전됐었어"라고 회상했다.

이후 동묘로 옮겨져 무려 18년이나 잠들어 있었던 홀맨은 지금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된 '충저니(journey)'가 발견하고 충전해줘서 겨우 다시 깨어났다고 했다.

홀맨은 18년 만에 돌아온 세상이 너무 '정'이 없어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돌아온 홀맨은 세상에 다시 '촉촉한 옛날 감성'을 퍼트리고 싶다고 했다.

홀맨은 "나랑 문자하던 친구들은 메시지를 장문으로 꽉꽉 채우기도 하고, 이모티콘도 한 땀 한 땀 만들어서 보내곤 했는데, 요즘은 '단답'('ㅇㅇ', 'ㅋㅋ', '응', '아니' 처럼 짧게 보내는 답장)에 '읽씹'(메시지를 읽고도 답장도 안하는 것)까지… 18년 전의 감성은 이렇게 메마르지 않았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홀맨이즈백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인스타그램 '홀맨이즈백'…80byte 문자 감성에 그리움 대폭발

현재 홀맨의 주 무대는 SNS 인스타그램이다. '홀맨이즈백'(holeman_is_back)이라는 계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홀맨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개설한지 한 달 만에 팔로워가 6만명을 돌파했다. 18년만에 돌아왔는데도 인기 폭발이다.

당초 홀맨은 그때 그 시절의 SNS였던 싸이월드를 통해 소식을 전하려고 했지만, '이젠 다들 싸이월드보다는 인스타그램을 쓴다'는 베프 충저니의 충고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기로 했다. 단, 홀맨의 폰에는 앱이 안깔려 인스타그램 게시물 업로드는 충저니가 대신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홀맨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지 두 달도 채 안되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줘서 많이 놀랐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친구들이 옛날 감성 글귀로 댓글도 써주고 18년 전 본인들의 추억도 같이 알려줘서 너무 고맙더라구…"라고 했다.

현재 홀맨은 인스타그램에 80바이트(byte) 문자(sms)를 통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 때 눈감고도 썼지만, 지금은 쓰는 법도 잊어버렸던 특수문자와 이모티콘들을 활용한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다.

홀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박소정씨(27·여)는 "옛날에 썼던 그 문자들을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눈물날뻔 했다"며 순식간에 왕년의 솜씨를 발휘해 "그립Cr,,,☆"라고 했다.

홀맨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도 나왔던 90년대 '롱다리 디바' 김현정과도 지난달 24일 '톡까고 말할래' 뮤직비디오(MV)를 공개했다.(홀맨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홀맨·김현정 '톡까고 말할래' MV 조회수 490만 돌파…카카오 적진 침투!

"깨어나서 보니 문자감성을 없앤 주범이 카카오톡이더라구! 그래서 적지에 침투해서 문자 감성을 가득 담은 이모티콘도 만들었어!"(홀맨)

홀맨의 활동 영역은 인스타그램뿐만이 아니다. 홀맨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도 나왔던 90년대 '롱다리 디바' 김현정과도 지난달 24일 '톡까고 말할래' 뮤직비디오(MV)를 공개했다.

시원시원한 김현정의 목소리와 레트로풍으로 꾸민 MV도 한달 만에 조회수 49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11일에는 디지털 싱글도 출시했다.

홀맨은 김현정과의 MV 촬영 때 "김현정님은 너무 롱다리셔서 비교될까봐 촬영할 때 다섯 발자국 옆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김현정님이 한 발자국 슬쩍 다가오니까 내 옆이었다"며 "우리의 거리가 이렇게 좁혀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며 기뻐했다.

홀맨은 '적'의 본진인 카카오tv의 '내 꿈은 라이언'에도 출연했다. 전국의 '흙수저' 마스코트들이 마스코트 예술 종합학교 '마예종'에 입학해 펼치는 서바이벌 콘텐츠다. 여기에서도 홀맨은 문에 머리가 끼는 굴욕(?)을 겪었다.

홀맨은 '톡까고 말할래' mv나 카카오tv 출연 등 카카오와 연관되는 활동을 자주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카카오와) 협력이라기 보다는 적진에 침투 중?"이라며 "요즘 스마트폰도 열심히 해보고 있는데 슬슬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좋아해준다면 뭘해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tv '내 꿈은 라이언'에 특별 출연한 홀맨. 홀맨은 18년 만에 또 문에 꼈다. (카카오tv 내 꿈은 라이언 갈무리) ⓒ 뉴스1

◇"옛날 친구에겐 감성을, 어린 친구에겐 그때 따뜻함 전할래"

홀맨은 앞으로도 SNS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그러나 특별한 '목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문화부터 하나씩 배워보려고 생각 중"이라며 "스마트폰도 열심히 배우고 있고, 길거리에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기대해줘"라고 밝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조금 잠잠해지면 온라인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친구들을 만나볼 계획"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동안에는 나를 만나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라고 했다.

이날 홀맨의 베프 충저니는 '돌아온 스타' 홀맨과 함께 '레트로'를 살려 같이 활동해보자고 하는 얘기가 많다다고 귀띔하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홀맨은 "친구들하고 같이 얘기할 거리를 계속 찾을거야~"라며 "다시 옛날 친구들에게 감성도 전해주고, 2000년대 감성을 잘 모르는 친구들한테도 그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2002년 자취를 감춘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마스코트 '홀맨'이 18년만에 돌아왔다. 귀여운 생김새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모습의 '홀맨'은 당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지정 '캐릭터 베스트 10'에 선정되는 등 2000년대 초 10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피처폰 시대가 저물면서 자취를 감췄다. 24일 서울의 한 골목길에서 새롭게 돌아온 '홀맨'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