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실패 데이터가 더 중요"…K-피지컬AI 승부처 '데이터 선순환'
리얼월드·엔비디아·엔닷라이트 '손 조작 데이터' 표준화 협력
로봇 하드웨어 넘어 데이터 플라이휠…'심투리얼' 격차 축소 관건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인공지능(AI)이 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다리·손을 움직이게 하는 고품질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RGB 등 카메라 영상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로봇이 현실 환경을 이해하고 정밀 조작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로봇이 물건을 집고 옮기거나 부품을 조립하려면 물체의 형상·재질·무게·질량 분포, 접촉에 따른 변화, 작업공간 제약, 실패와 복구 과정까지 학습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해야 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AI 스타트업 리얼월드는 엔비디아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교 조작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덱스벤치'(DexBench)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양사는 5지 휴머노이드 손 조작을 위한 데이터 포맷 표준화와 엔비디아 아이작 랩-아레나 통합 등을 협력하고 있다.
덱스벤치는 로봇이 물체를 쥐고 부품을 조립하며 공구를 사용하는 능력을 시뮬레이션과 실제 환경에서 함께 검증하기 위한 체계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관찰한 조립·분류·포장·피킹 업무를 토대로 파지 다양성, 공간 정밀도, 시간 정밀도, 접촉 정밀도, 상황 인식 등 5개 평가 영역과 18개 원자 태스크로 구성됐다.
엔닷라이트가 최근 15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도 피지컬AI 데이터 시장 확대와 맞물린다. KDB산업은행이 투자를 주도했고 네이버 D2SF, IMM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가 후속 투자자로 참여했다. NH벤처투자, OurCrowd, 스톤브릿지는 신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엔닷라이트는 현대자동차·LG전자 등이 추진하는 피지컬AI 프로젝트에 데이터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리얼월드·홀리데이로보틱스·에이로봇·로브로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 및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에도 AI 학습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엔닷라이트의 심레디(SimReady) 데이터는 CAD 기반 3D 에셋에 관절 구조·운동학·충돌 형상·질량·마찰 등 시뮬레이션용 물리 정보를 반영해 로봇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업계는 물리 파라미터를 정밀하게 반영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환경, 실제 로봇 검증을 함께 갖춰야 가상환경에서 학습한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모델을 실제 로봇에 적용할 때 생기는 성능 차이인 '심투리얼(sim-to-real) 격차'를 줄이는 일은 피지컬AI 데이터·시뮬레이션 분야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엔닷라이트는 자체 3D CAD 엔진·심레디 데이터 생성 설루션 '트리닉스'(TRINIX)로 고정밀 심레디 에셋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리얼월드는 이를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RLDX-1'과 연계해 학습·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피지컬AI 데이터 사업에서 실제 환경의 시각·공간·행동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LG AI연구원 컨소시엄이 개발하는 'K-엑사원'(K-EXAONE)의 비전·영상·피지컬AI 데이터 구축을 맡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3차수에 진출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독파모 1차수에서 실제 가정 50곳의 RGB-D 원시 데이터 108만 프레임을 확보하고, 이 가운데 30만 프레임을 학습용 데이터로 자산화했다. 회사는 실환경 캡처, 디지털 에셋 전환, 합성 데이터 생성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 3D 공간·행동 이해용 학습 데이터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트릴리온랩스는 엔비디아 옴니버스 라이브러리와 네모트론 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발전소 운영 최적화를 겨냥한 'AI 팩토리용 산업 월드모델'(Industrial World Models)을 개발하고 있다.
산업 월드모델은 설비·전력·냉각·보안 등 복잡하게 연결된 인프라 시스템을 디지털 트윈으로 재현하고, 다양한 운영 시나리오를 가상 시뮬레이션해 최적 조합을 찾는 산업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트릴리온랩스는 엔비디아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과 AI 추론 기술을 결합해 AI 팩토리 운영을 지원하는 지능 계층을 구축하고, 특정 운영 방식이나 의사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사전에 예측해 운영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의 데이터 플라이휠은 '수집→시뮬레이션→학습→현장 배치→재수집'의 흐름으로 작동한다"며 "로봇이 물체를 놓치거나 잘못 집은 상황, 충돌 직전 멈춘 경우, 원격조작으로 자세를 회복한 과정은 값비싼 학습 자산이 된다. 반복 성공 장면보다 모델이 취약한 조건과 안전한 복구 방식을 동시에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K-피지컬 AI의 성패도 로봇 한 대를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보다, 현장의 변화와 실패를 다음 모델 학습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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