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어 휴·폐업땐 보상…직장인 고용보험 같은 '소상공인 정책보험'
불황·재난 따른 경영위기 안전망...대출·바우처 '사후 지원' 보완
정부 보험료 지원 法근거 마련…"보장 범위·지급 기준 설계부터"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경기 침체나 재난 등으로 경영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이 보험을 통해 대비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정책보험' 도입이 추진된다. 위기 때마다 긴급대출이나 바우처를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평상시 경영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향후 정책보험이 도입되면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소상공인의 가입 부담을 낮춰 경영 위기가 휴·폐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사업 지속과 재도전을 위한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상공인 정책보험료 일부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한 소상공인에 대해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경영 현장에서 마주하는 위험은 이보다 다양하다. 경기 둔화와 매출 감소는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재난이나 화재·수해, 예상하지 못한 대외 경제 충격 등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이 같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정책대출, 이차보전, 현금성 바우처 등을 통해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해 왔다. 대부분 위기가 현실화한 이후 자금을 투입하는 사후 대응이라는 점에서 보다 상시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과 사업 지속, 휴·폐업 위험 완화와 재도전을 위한 정책보험이 도입될 경우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책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처럼 평상시 보험에 가입해 위험에 대비하고 경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 영세 소상공인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방식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정책보험료 지원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기존 고용·산재보험료와 신규 정책보험료 지원을 하나의 조문 체계로 정비해 정책보험이 도입될 경우 기금을 보험료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권 의원은 "소상공인은 경기둔화, 매출 감소, 돌발적인 경영 위기, 휴·폐업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경영 위기가 곧바로 휴업이나 폐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보험이 실제 소상공인의 안전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관건이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보험료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단계인 만큼 보장 대상과 보험료, 보험금 지급 요건 등은 향후 논의를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를 어디까지 보험사고로 인정할지, 화재·수해 등 재난과 휴·폐업 가운데 어떤 위험을 보장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보험료와 보장 수준 사이의 균형도 과제다. 보험료가 높으면 정작 영세 소상공인의 가입이 저조할 수 있는 반면 보장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재정 부담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업종별로 매출 구조와 경영위험이 다른 만큼 이를 반영한 보장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지원제도와의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에는 정책금융을 활용하고 화재·재난이나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 등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에는 보험으로 대응하는 등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은 매출이 줄어도 임대료나 대출 원리금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한 번의 경영 위기가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험 하나로 모든 위험을 해결하기보다는 정책금융과 채무조정, 폐업·재기 지원 등을 연계해 위기 단계에 맞는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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