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업계 "출산·육아도 업력 산정…창업 위해 포기"

"출산 미루거나 사업 접어"…여성 신생기업 7년 생존율 25.4%
중기부 "여성 경영 공백 관련 특례 내용·형평성 등 검토"

'제20회 임산부의 날 기념행사' 사진. 2025.10.10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여성 창업가들이 업력 기준 때문에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요 창업 지원 사업과 정책 자금이 창업 7년 미만 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출산·육아로 경영을 하지 못하는 기간까지 업력 산정에 포함되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년 버티는 여성 기업 4곳 중 한 곳 뿐

14일 업계에 따르면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최근 중소기업 대토론회에서 출산·육아로 경영을 하지 못하는 기간을 업력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여성기업의 창업·성장을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박 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창업 지원 사업과 정책 자금은 창업 7년 미만 기업을 중심으로, 젊은 여성 창업가들에게 이 7년은 임신, 출산, 육아가 집중되는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여성 창업인이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영에 공백이 생기면 창업 후 7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이 사라지고, 정책 자금이나 정부 지원 사업 등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보완 방안으로 △임신·출산 시 창업 지원 기준 연장△임신·출산 기간을 반영한 정책자금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제도 신설 등을 건의했다.

임신·출산·육아로 실제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기간에도 기업의 업력은 계속 늘어나 출산·육아 이후 다시 사업을 확장하려는 여성 창업가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 여성기업계의 우려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여성경제연구소가 펴낸 '2026 여성기업 자료집'에 따르면 여성이 대표자인 여성 신생기업의 2023년 기준 7년 생존율은 25.4%로, 남성 신생기업의 30.5%보다 5.1%포인트(p) 낮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미만 여성 창업가의 7년 생존율은 16.4%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으며,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30대는 23.4%로 전체 평균(25.4%)을 밑돌았다.

여경협 관계자는 "창업 기업의 경우 1인 기업이거나 적은 수의 직원만 두고 있어 대표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때인데, 같은 시기 임신이나 출산, 육아를 하게 되면 일을 할 수 없어 여성 창업자들이 애로를 많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아예 출산을 미뤄버리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일어난다"며 "출산이나 육아로 혜택을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 이를 업력에서 제외해달라고 건의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부 "출산·육아에 따른 여성 경영 공백 인지…제도 남용 방지 방안 검토"

다만 출산·육아 기간을 예외로 적용하는 방안은 기존 지원사업의 기준을 변경하는 사안인 만큼 법률적 근거와 형평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목승환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토론회에서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과 관련해 자원과 경험이 부족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업력을 7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며 "출산·육아 등 불가피한 경영 중단 상황은 업력 산정에 고려되지 않아 여성 최고경영자의 창업이 지연되거나 포기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목 실장은 "구체적인 특례 내용과 관련해서는 제도 남용 방지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해당 내용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기부는 육아휴직 등 사회복지제도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의 특성상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업무보고에서 1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육아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출산·육아 기간을 업력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제도인 만큼 간단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법률 검토부터 예산 소요, 다른 정책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