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투자만큼 회수도 중요"…연기금·기업이 주목하는 이유
10년 장기수익률 9.2%…분산·장기투자로 위험 낮춰
연기금은 장기수익·기업은 미래 먹거리…"세컨더리 활성화 필요"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고위험 투자'로 여겨지던 벤처투자가 연기금과 금융권, 기업 등 민간자금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기업과 펀드에 투자 대상을 나누고 장기간 꾸준히 투자하면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민간 자본의 참여를 확대하려면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부담을 낮추고 인수합병(M&A)과 세컨더리(Secondary) 등 회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서울 마포구 SVC서울에서 '민간자금 운용 수단으로서 벤처투자의 재발견'을 주제로 3분기 모태펀드 정책 포럼을 열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벤처투자 수익률은 9.2%로 국채(2.4%), 회사채(3.6%), 코스피(5.4%), 코스닥(6.1%)을 웃돌았다. 상위 25% 벤처캐피탈(GP)의 순수익률은 15%대였다.
LB인베스트먼트가 현재까지 청산을 완료한 14개 펀드 가운데 손실을 기록한 펀드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벤처펀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대부분 위험하고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우수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벤처펀드는 결코 그렇게 위험한 펀드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벤처펀드는 투자기업이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초기 수익률이 떨어졌다가 이후 상승하는 'J커브' 특성을 보인다. 박 대표는 투자기업의 성과가 본격화하는 5년 차 이후부터 수익률이 올라가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투자는 오래 걸리는 게임"이라며 "좋은 기업을 선택했다면 성장 과정에서 지속해서 투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투자 방식도 중요하다.
개별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여러 기업을 담은 벤처펀드에 출자하면 한 기업의 부진을 다른 기업의 성과로 보완할 수 있다. 여러 벤처펀드에 다시 나눠 출자하는 모펀드를 활용하면 위험을 한 번 더 분산할 수 있다.
투자 시점 역시 특정 연도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해에 걸쳐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꾸준한 투자를 통해 특정 시기에 자금이 몰리는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주수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무는 "얼마나 많이 투자하는 것보다 어떻게, 누구와, 우리 기금에 맞는 형태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스타트업이 성공할지를 직접 판단하기보다 좋은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운용사(GP)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민간자금이 벤처시장에 뛰어드는 목적도 다양하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장기 수익과 투자처 다변화에, 기업은 신기술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무게를 둔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벤처투자를 중장기적인 자산운용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김찬 국민체육진흥공단 실장은 "AI 시대의 큰 변화를 고려할 때 벤처투자가 장기적으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벤처투자를 외부 혁신기술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노규승 현대자동차그룹 상무는 로봇과 방산, 우주 등 미래산업에서 개별 스타트업 투자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의 밸류체인을 함께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병욱 선익시스템 부사장도 "벤처투자에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음 성장동력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함께 키우기 위해서"라며 "벤처펀드 출자를 투자의 끝이 아니라 회사 미래 사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간자금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 이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장도 필요하다. 비상장기업 투자는 상장주식과 달리 지분을 쉽게 팔기 어려워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초기 투자자가 보유한 기업 지분이나 펀드 출자지분을 중간에 거래할 수 있는 세컨더리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M&A 활성화도 필요하다. 기업공개(IPO)에 집중된 국내 벤처투자 회수구조를 기업 매각과 지분 거래 등으로 다변화해야 민간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GP와 LP 간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과 함께 모태펀드가 지난 20년간 축적한 투자 데이터를 민간 LP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IPO 위주의 시장이 M&A와 세컨더리까지 활성화되는 시장으로 확대돼야 전체 벤처생태계가 성장하고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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