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넘어 차세대 투자 플랫폼으로"…1조 LP성장펀드 출범(종합)
연기금·금융권 등 민간 3400억 출자…정부 비중 20%로 낮춰
방산 1100억 특화펀드…AI·뷰티·바이오 등 전략산업 투자 확대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정부가 연기금과 금융권, 산업계에 쌓인 자금을 벤처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1조 원 규모의 'LP성장펀드'를 출범한다.
지난 20년간 정부 재정을 바탕으로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를 민간자금과 벤처시장을 연결하는 투자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 재정 비중을 기존 모태펀드 출자 사업의 60% 안팎에서 20%로 낮추는 대신 연기금과 금융기관, 기업 등의 출자를 늘린다. 향후 퇴직연금 등 장기자본까지 벤처시장으로 유입시켜 '모태펀드 2.0'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13일 서울 마포구 SVC서울에서 '2026년 LP성장펀드 출범식'을 열었다.
LP성장펀드는 연기금과 금융기관, 산업계 등 민간자본과 모태펀드가 함께 조성하는 민관 합동 벤처투자 플랫폼이다. 출자기관 특성에 맞춰 투자 구조와 분야를 설계해 그동안 벤처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기관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모태펀드는 2005년 출범 이후 20년간 총 13조 원을 출자해 38조 원의 벤처투자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앞으로 모태펀드의 역할을 연기금과 금융권, 산업계 등 국가 전체의 자본을 혁신기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펀드 또는 모펀드 방식의 '투트랙' 출자 구조를 마련하고 우선손실충당과 풋옵션 등 인센티브를 적용해 민간 출자자의 투자 부담을 낮춘다.
올해 LP성장펀드에는 현재까지 총 18개 기관이 참여를 확정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과 산업재해보상보험및예방기금, 공급망안정화기금 등 3개 연기금이 출자를 결정했으며 복수의 연기금도 최종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기금과 공급망안정화기금, 한국수출입은행, KMI한국의학연구소, 극동물류그룹 등 5곳은 이번 펀드를 계기로 처음 벤처투자조합 출자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무역보험기금이 연기금투자풀 가운데 처음으로 벤처펀드에 200억 원을 출자했다. 중기부는 추가 연기금 출자가 확정되면 올해 출자액이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찬 국민체육진흥공단 실장은 "그동안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상 벤처펀드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기금이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인 투자 수단으로 벤처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AI 산업 성장에 따른 장기 수익과 생산적 금융 확대 등을 참여 배경으로 꼽았다.
LP성장펀드의 핵심은 정부 재정 의존도를 낮추면서 민간자금을 대규모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민간 출자기관이 3400억 원, 모태펀드가 1700억 원을 각각 출자해 우선 5100억 원을 마련한다. 여기에 벤처캐피탈(VC) 등의 추가 출자를 받아 최종 1조 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기존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는 정부 재정이 통상 60% 안팎을 담당했지만 LP성장펀드는 정부 비중을 20%로 낮췄다. 중기부는 이를 통해 정부 재정 투입액 대비 최대 5배의 벤처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철훈 한국벤처투자 본부장은 "출자자별 특성에 맞는 출자사업을 설계하고 투자 분야는 출자자의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성된 자금은 방산과 인공지능(AI), 바이오, 뷰티 등 전략산업에도 투입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BNK금융그룹은 1100억 원 규모의 방산 특화펀드를 조성한다. 특히 방산과 조선, 자동차, 해운·항만·물류 등 주요 산업이 밀집한 부산·울산·경남 지역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기대된다.
노해동 BNK부산은행 상무는 "LP 연합 출자자가 주요 투자 대상을 정책에 맞게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참여를 결정한 이유"라며 "지역 산업과 벤처기업에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이번 펀드를 통해 처음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한다. 이동훈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은 "LP성장펀드는 벤처펀드 투자 경험이 부족한 초기 투자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향후 벤처투자 역량과 경험을 축적해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네이버와 효성, GS, 선익시스템, 극동물류그룹, 태화그룹 등이 참여한다. 이들과 KMI한국의학연구소 등의 자금을 활용해 AI와 뷰티, 바이오, 방산 등에 투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를 약 2500억 원 규모로 결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LP성장펀드를 시작으로 모태펀드를 민간 장기자본과 벤처시장을 연결하는 '차세대 벤처투자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국내에 풍부하게 축적돼 있는 연기금, 금융권, 산업계의 자금이 혁신기업으로 흘러가는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것이 LP성장펀드가 가진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LP성장펀드를 시작으로 정책금융, 연기금, 퇴직연금, 민간자본을 한데 묶어 국가자본을 보다 혁신적인 자본으로 운용하는 구조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14일 LP성장펀드의 첫 출자사업을 공고하고 올해 4분기까지 운용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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