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공장은 돌아가야죠"…中企 절반은 여름휴가 3일 쉰다

대기업 5일로, 중소기업은 60% 수준…휴가비 지급 비중도 낮아
인력난·납기 부담에 장기 휴가 고충 …"대체인력 지원 고민해야"

LS MnM 직원이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5일 울산 울주군 LSMnM 온산제련소 제련 1공장에서 긴 작대기를 들고 구리물이 틀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6.7.15 ⓒ 뉴스1 박정현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름휴가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닷새 이상 휴가가 일반화 됐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과 생산 일정 때문에 사흘 휴가가 일반적이었다. 전문가들은 휴가 일수를 늘리는 것보다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하계 휴가 실태 및 경기 전망 조사'에서 300인 이상 기업의 65.5%는 올해 여름휴가를 5일 이상 실시한다고 답했다.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3일 휴가'가 48.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올해 하계 휴가 실시기업의 평균 휴가 일수인 3.8일보다도 짧은 수준이다.

휴가비 지급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하계 휴가비를 지급하는 기업 비중은 300인 이상 기업이 61.0%로, 300인 미만 기업(52.1%)보다 8.9%포인트 높았다.

"휴가를 주고 싶어도 공장을 멈출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복지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구조적인 경영 여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제조업은 교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많아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부품과 금형, 기계, 뿌리산업 등은 거래처 납기를 맞춰야 하는 만큼 공장을 장기간 멈추는 데 한계가 있다.

한 중소 제조기업 대표는 "휴가를 길게 주고 싶어도 생산라인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며 "대기업은 인력을 나눠 운영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린 사람이 빠지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작업시간 조정과 충분한 휴식 시간 확보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는 휴식을 늘리고 싶어도 납기와 생산 일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여의찮다"며 "휴가 역시 공장이 돌아가는 이상 길게 보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체감온도 31도 이상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12일 경기 부천의 한 얼음공장에서 직원이 얼음포대를 냉동트럭에 옮기고 있다. 2024.6.12 ⓒ 뉴스1 박지혜 기자
휴가 양극화 해소 과제…"대체인력 지원 등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휴가 격차의 배경에는 임금뿐 아니라 복지 수준과 인력 구조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충분한 인력이 있어 휴가를 돌아가며 사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해 장기간 휴가를 주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 같은 복지 격차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휴가를 강제로 늘리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직원 복지를 확대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우수 사례를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휴가 기간에 일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 대체인력 풀을 운영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책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 정책연구실장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휴가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비해 중소기업은 아직도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문화가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제도적 지원과 함께 휴가 사용에 대한 기업 문화와 인식도 함께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매장에 여름휴가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2026.8.5 ⓒ 뉴스1 최지환 기자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