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가업승계보다 M&A가 현실"…정부, 기업승계 판 바꾼다
중소기업 3곳 중 1곳 60세 이상…후계자 부족에 '제3자 승계' 확대
특별법 추진·기업승계 플랫폼 구축…"기술과 일자리 이어간다"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부가 기존 '친족 중심 가업승계'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승계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낸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기술력과 거래처를 갖춘 기업까지 폐업하는 사례가 늘자 기업을 다른 기업이나 전문경영인에게 넘겨 기술과 일자리를 유지하는 '제3자 승계'를 새로운 정책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1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M&A를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기반 조성 방안'을 토대로 기업승계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있다. 친족 승계가 어려운 중소기업이 경영자의 은퇴 이후에도 지속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M&A 방식의 승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중소기업 경영자 고령화가 있다.
중기부의 '2024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50세 이상 경영자가 전체의 70.2%를 차지했고, 60세 이상도 33.3%에 달했다. 중소기업 3곳 가운데 1곳은 60세 이상 경영자가 운영하는 셈이다. 반면 40세 미만 청년 경영자는 4.9%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업력도 길어지고 있다. 평균 업력은 14.3년으로 집계됐으며 업력 10년 이상 기업이 전체의 60.4%를 차지했다. 반면 5년 미만 기업은 12.9%에 그쳐 신규 창업자 유입은 둔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고령화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보고 있다. 자녀가 가업 승계를 원하지 않거나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마저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기부는 60세 이상 중소기업 경영자 가운데 후계자가 없는 비율이 28.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제조업 중에서는 후계자 부족으로 지속 경영이 불투명한 기업이 약 5만 6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약 83%는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M&A를 기업승계의 새로운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특별법에는 M&A 방식의 기업승계를 법률상 개념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기업승계지원센터 지정, 승계 컨설팅과 정책자금 지원, 승계 이후 성장 지원 등을 담을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원이·이철규·김동아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정부는 국회 논의를 거쳐 특별법이 제정되면 기업승계 지원체계를 더욱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승계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도 보강한다. 중기부는 기술보증기금의 기존 M&A 플랫폼을 고도화해 기업승계 전용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매도·매수 희망 기업을 비공개 방식으로 연결하고 기업승계 수요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관련 기능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M&A 중개기관 등록제를 도입하고 승계 목적의 비상장 중소기업 M&A에는 주주총회 소집 기간 단축과 소규모 합병 요건 완화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 상법 특례를 추진한다. 기업가치 평가와 실사, 법률·회계 자문,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해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도 줄일 계획이다.
현장에서도 기업승계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을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며 "친족 승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M&A를 통한 제3자 승계가 점차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친족 승계뿐 아니라 M&A를 통한 다양한 기업승계 모델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안과 플랫폼 구축 등 여러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수한 기술과 일자리가 폐업으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승계 기반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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