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장례식장도 바뀐다…상조업계, '실버케어 플랫폼' 전환
지역 장례식장→추모·요양·보험·구독 상담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
디지털 유산 정리·상속·재산 컨설팅까지 어르신 원스톱 창구로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하면서 상조업계가 장례식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노후·돌봄·디지털 유산까지 아우르는 '실버케어 플랫폼'을 지향하며 변신하고 있다.
장례 수요가 늘었지만, 가족 구조 변화와 무빈소 장례 확산 등으로 전통 장례식장 수가 줄면서, 주요 상조 기업들이 직영 장례식장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상조 시장 전체 선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 3173억 원으로 11조 원을,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상조+적립식 여행) 가입자는 1131만 명으로 1100만 명을 각각 돌파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교원라이프, 보람그룹 등은 선수금을 금융 운용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영 장례식장·납골당·장례문화센터 등 실물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선수금의 절반을 의무 보전해야 하고 회계상 부채로 쌓이는 구조 탓에 상조 기업들은 직영 장례식장 투자를 통해 실제 서비스 제공과 매출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최근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반면 가족장·무빈소 장례 확산과 1인 가구 증가로 전통적인 장례 수요가 줄어들면서, 일부 소형 병원과 민간 장례식장은 문을 닫거나 대형 상조회사에 매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구·재정이 취약한 지방 중소도시는 장례 인프라 유지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공백을 대형 상조회사의 직영 장례식장이 부분적으로 메우면서 사실상 지역 장례 인프라를 대신 떠받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조 기업들은 직영 장례식장을 플랫폼 거점으로 삼아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웅진프리드라이프 '쉴낙원', 교원라이프 '교원예움', 보람상조 직영 장례식장 등은 빈소·연회장·장례 상담을 넘어 추모·문화·요양·보험 연계를 결합한 복합 기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 소규모 공연·추모 행사, 유족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결합해 상조 회원과 지역 주민이 상시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방식이다.
상조 기업들은 노후 인구 비중이 높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직영 장례식장을 노후·돌봄·재정 상담 등을 한 번에 해결하는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재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코웨이(021240) 등은 의료기관·요양시설·보험사·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장례 전후 과정에 필요한 금융·건강·돌봄 서비스를 패키지로 통합하는 전환 상품과 구독형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장례식장을 찾은 고령 주민을 대상으로 유언장 작성, 디지털 유산 정리, 상속·재산 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원스톱 창구'를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추모 플랫폼·영상 제작 서비스와 결합해 장례 이후에도 고인을 기억하는 온라인 공간을 제공하는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규제·제도 환경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조협회와 업계는 선수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프라·플랫폼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상조업 진흥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직영 장례식장·장례문화센터 등 실버케어 투자를 민간 사회간접자본(SOC)에 준하는 공익 인프라로 인정하고 지자체·공공기관과 역할을 나누는 모델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다.
이를테면 지자체가 공영 화장장·공설묘지 등 기초 인프라를 담당하고, 상조사는 장례식장·상조 서비스·유족 돌봄·실버케어 플랫폼 운영을 맡는 모델을 기대하고 있다.
상조업계는 이러한 플랫폼화 전략이 장기적으로 업계 체질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할부거래법 개정안 추진 등으로 재편 흐름도 가속하고 있다. 규제에 따른 진입장벽이 높아지면 대형사가 중소사 이탈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화 전략이 장기적으로 업계 체질을 개선하고, 초고령사회에서 상조사를 장례와 노후·돌봄을 함께 책임지는 생활 인프라 사업자로 재규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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