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자금난 덜어준다…50년 묵은 하도급 대금 지급 기한 단축 '속도'

60일→40일로 20일 단축 법안 발의
고금리·원자재값 상승에 중기 유동성 숨통 기대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중소협력재단에서 열린 '제2기 납품대금 연동 확산 지원본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부원장, 오충용 한국물가협회 본부장, 이면헌 대·중소기업·농업협력재단 본부장, 이병권 제2차관,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전무이사, 김홍석 이노비즈협회 상무, 윤정희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0 ⓒ 뉴스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50년 넘게 유지된 하도급·납품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중소기업의 자금 회수 기간을 앞당겨 유동성 부담을 덜고, 대금 지급을 최대한 늦추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와 협력 중소기업에 지급하는 대금의 법정 지급 기한을 현행 '물품 수령 후 60일 이내'에서 '40일 이내'로 20일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주요국도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금 지급 기간을 단축하거나 신속한 결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대기업의 지급 관행을 공개하고 중소기업 거래에서 30일 이내 지급을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도 연방정부 조달 분야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30일 이내 지급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현행 지급 기한은 1975년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 제정 당시 도입된 이후 5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당시에는 종이 어음과 수기 결제가 일반적이었지만 전자결제와 핀테크 기술이 보편화된 현재까지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들은 납품 이후 대금을 회수하기까지 최대 두 달 가까이 자금이 묶이면서 원자재 구매와 인건비 지급을 위해 고금리 단기대출에 의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하도급대금의 약 66%는 30일 이내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법정 최대 기한인 60일을 사실상 관행처럼 활용하면서 협력업체의 자금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지급 기한이 40일로 단축되면 대금 지급을 법정 한도까지 미루는 관행을 줄이고 협력 중소기업의 자금 순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공인노무사회에서 열린 '중기부·고용노동부, 소상공인 노무 애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2 ⓒ 뉴스1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의 지급 기한을 동일하게 적용해 법 적용의 형평성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결제 기술은 크게 발전했지만 하도급 대금 지급 기한은 수십 년 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며 "납품대금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게 되면 원자재 구입이나 인건비 지급 부담을 덜 수 있고, 급하게 단기자금을 빌리는 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부분의 대기업은 대금 지급 기한을 지키고 있지만 일부 협력업체는 대금 지급이 늦어져도 거래 관계상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감내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지급 기한 단축은 중소 제조업체의 자금 부담 완화와 결제 관행 개선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업종별 거래 구조와 계약 관행이 다른 만큼 제도 시행 과정에서는 기업들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준비기간과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 의원은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대금 지급 기간을 단축하거나 30일 이내 신속 지급을 유도하고 있다"며 "우리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결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순환은 우리 경제 활력의 핵심인 만큼 결제 주기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대·중소기업 간 건강한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