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보다 창업은 간절한 목표"…'모두의 창업' 창업 열기는 여전
1차 합격자들 "아이디어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큰 힘"
전문가들 "시행착오 딛고 더 큰 창업 붐으로 이어져야"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사실 상금 때문만은 아닙니다.누군가 내 아이디어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준 것 자체가 큰 힘이 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1차 합격자인 직장인 홍준모 씨(48)는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기부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일부 참여자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후속 조치에 나섰으며, 다음 달 예정됐던 2차 프로젝트 일정도 연기했다.
현장에선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우려와 불만도 제기된다. 그러나 창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모두의 창업은 올해 처음 도입된 전국민 창업 프로젝트다. 총 6만 2944명이 지원해 높은 관심을 모았고, 이 가운데 5000명이 1차 선발돼 200만 원의 창업 지원금을 받았다.
향후 단계별 경쟁을 거쳐 최종 우승자에게는 최대 10억 원 규모의 사업화 지원이 제공되며, 상위권 참가자들에게도 후속 사업화 지원이 이어질 예정이다.
홍 씨는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분석하고 자금 흐름을 예측해 주는 AI 기반 설루션을 개발 중이다. 주변 소상공인들이 임대료와 원재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매출은 알 수 있지만 실제로 얼마를 벌고 있는지, 앞으로 자금 흐름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며 "AI를 활용해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참가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홍 씨는 "운 좋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무엇보다 누군가 내 생각에 동의해 줬다는 사실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사업 자체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디어 유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라며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만큼 더 좋은 방향으로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전에서 AI 설루션 기업을 운영하는 이호섭 씨(42)도 모두의 창업을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는 현재 소상공인과 1인 사업자를 위한 'AI 직원'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 씨는 "지원금보다 현업 전문가들의 멘토링과 사업 모델 검증 기회가 더 매력적이었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아쉬웠지만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신뢰가 생겼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업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AIST 전산학부에 재학 중인 심찬용 씨(20) 역시 모두의 창업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있다.
현재 AI 연구실에서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 중인 그는 깨끗한 화장실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심 씨는 "전문가들과 만나 사업 모델을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됐다"며 "누군가 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인정해 준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은 우려스럽지만 정부의 대응과 보호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창업 생태계 전문가들도 이번 사업의 의미에 주목했다.
최병철 한국벤처창업학회장(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6만 명이 넘게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창업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라며 "유출 사고는 안타깝지만 시스템을 보완한다면 오히려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도 "정부가 기업가정신을 확산하고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시도한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창업 저변을 넓히고 지역의 창업 잠재력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보여준 창업 열기와 잠재력만큼은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벤처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창업은 원래 불확실성과 도전의 연속"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더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 22일 브리핑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경찰청 수사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며, 1차 합격자 전원에게 영업비밀 원본증명 서비스와 기술임치 서비스를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보안 점검과 사업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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