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교체 보조금 간 곳은"…난방업계, '히트펌프'·구독제 전환 승부

가정용 보일러 보급 지원금 끊고 히트펌프·HVAC 전환 예산 편성
구독 안착시 기술 경쟁 본격화 기대…새 보조금 모델 고민 필요

경동나비엔 공기열 보일러(PEM750·히트펌프) 영국 인스톨러 쇼 2025 전시(경동나비엔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 보일러 업체들이 ‘보일러 제조사’를 넘어 난방·냉방·환기를 묶은 HVAC(냉난방공조)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가속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보급 예산 90억 원을 전액 삭감하고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사업으로 방향을 튼 데 따른 대응이다.

친환경 보일러 보조금→히트펌프 보급 예산으로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예산에서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보급 사업은 폐지하고,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사업 예산을 새롭게 편성했다. 도시가스 미보급 단독주택(온난지역 태양광 설치 단독주택 조건)을 중심으로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해 2035년까지 350만 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국비·지방비를 합쳐 설치비의 최대 70%를 보조하고, 전기요금제는 계절·시간대별 선택 폭을 넓혀 난방 전기화에 따른 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공기열 히트펌프(공기열 보일러)는 외부 공기에서 열을 뽑아낸 냉매를 압축해 고온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전력 1을 쓰면 열 4~5를 생산하는 고효율 설비로, 가스보일러 대비 최대 3배 수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난방 겸용 제품의 경우 여름철 냉방 기능을 제공해 사계절 냉난방 설비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가스보일러와 유사한 70도 이상 고온수도 공급할 수 있다. 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탄소 감축과 에너지비 절감을 동시에 겨냥한 전환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설치비 부담은 만만치 않다. 히트펌프 본체 가격에 더해 노후 주택의 경우 전기 인입 용량 증설, 배선 교체, 단열 보강 공사까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큰 비용이 든다.

수백만 원대 설치비를 한 번에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가 많은 상황에서, 2017년 지자체 보조금 도입 이후 유지돼 온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이 이번에 중단되면서 취약계층의 '난방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겨울 한파기에 노후 보일러가 멈춰도 당장 교체비를 마련하지 못해 난방 복지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동나비엔 공기열 보일러(PEM750·히트펌프)(경동나비엔 제공)
일시불 대신 월 구독…경동나비엔·귀뚜라미의 연착륙 전략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 보일러 업계는 구독형 사업을 ‘연착륙 장치’로 앞세우고 있다.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을 낮추고 유지·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장기 구독형 모델을 통해 한 번 팔고 끝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초기 교체비를 줄이면서 정기 점검과 A/S를 묶어 받을 수 있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선보인 구독형 보일러는 계약부터 설치, 정기 방문 점검, 부품 교체까지 전 과정을 회사가 직접 관리하는 구조다. 8년 기준 월 1만~3만 원 안팎의 구독료를 내면 사용 기간 동안 열효율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도록 관리해 주는 방식이다.

경동나비엔은 여기에 히트펌프·온수기·환기 시스템을 결합한 통합 패키지 구독 상품도 준비 중이다. 가스와 전기를 아우르는 HVAC(난방·환기·공조) 설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귀뚜라미·현대렌탈케어 따숨케어(귀뚜라미 제공)

귀뚜라미는 현대렌탈케어와 협업한 '따숨케어'를 앞세워 렌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월 1만~3만 원대 비용에 설치·수리·필터 교체를 포괄하는 구독형 상품이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보일러·온수기·환기 장치를 묶어 집 안 열 에너지 흐름 전체를 설계·관리하는 ‘홈 에너지 관리 구독’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일러를 하나의 기기가 아닌 ‘집 안 에너지 운영체제’의 일부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열원 기술 기반 패키지 경쟁 전망…수익 구조 전환 기대

구독 모델의 확산은 업체 간 경쟁 구도와 기업 내부 인센티브도 바꿀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었다면, 구독 계약 체제로 전환한 뒤에는 에너지 효율을 더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히트펌프, 하이브리드 보일러, 환기 시스템 등의 패키지 구성과 이를 위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 기업들이 고효율 설비에 투자할 유인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일러 지원 사업의 중단으로 취약계층이 난방 사각지대로 밀려날 우려가 있다"며 "공공 보조금이 빠진 난방 사각지대를 민간 구독 서비스에만 맡길 수 없다는 점에서 히트펌프·보일러 보조금과 구독제 등을 결합한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설계·구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