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산된 최저임금 구분 적용…소상공인 "현장 절규 외면"

최임위, 업종별 구분 적용 부결, 소공연 강하게 반발
"소상공인 지불 능력 반영해야…고용위기 현실화 우려"

전국에서 모인 소상공인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정책 대전환 촉구 범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9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이 올해도 무산되면서 소상공인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큰 음식점업과 숙박업 등에 한해 더욱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소상공인들은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제안한 업종별 구분 적용 안건을 의결에 부쳤으나 최종 채택하지 않았다.

소상공인 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임대료·원재료비 상승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은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음식점업과 숙박업 등 노동집약적 업종은 대기업이나 고수익 업종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소상공인단체들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상공인 3000여 명은 업종별 차등 적용과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나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올해도 차등 적용은 최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허탈감과 분노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매년 최임위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결과는 늘 같다"며 "영세 사업장의 경영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소공연 "현장 비명·절규 외면…최저임금 역설 심화"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최저임금 구분적용 무산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끝내 현장의 비명과 절규를 외면했다"며 "790만 소상공인의 간절한 염원이었던 2027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된 데 대해 허탈감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소상공인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 속에서 극심한 소비 위축까지 겪으며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매출은 줄어드는데 임대료와 원자재 가격, 공공요금은 계속 오르고 있어 경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공연은 "지불 능력은 악화되고 있지만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기만 하고 있다"며 "줄 돈은 없는데 인건비는 반드시 올라야 하는 구조 속에서 경영환경은 악화되고 고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저임금법 제4조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법적 근거가 존재함에도 매년 노동계 반대와 정치적 논리에 밀려 제도적 다양성이 가로막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업종별 구분 적용은 특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지역별·업종별·숙련도별 최저임금 체계를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국가 단일 체계를 고집하는 것은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발언을 듣고 있다. 2026.6.18 ⓒ 뉴스1 김기남 기자
"이제 최저임금액 심의라도 현실 반영해야"

소공연은 업종별 구분 적용이 무산된 만큼 향후 진행될 최저임금 수준 결정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정리한 만큼 앞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금액 심의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노동계는 올해보다 16.3% 인상한 시급 1만 2000원을 제시했지만, 사용자 측은 동결(1만 320원)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소공연은 "이번 구분 적용 무산의 책임은 현장 실태를 외면한 최저임금위원회에 있다"며 "남은 금액 심의 과정에서는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절대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향후 최저임금 제도 개편 논의를 국회와 정부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종별 차등 적용뿐 아니라 지역별·규모별 차등화, 소상공인 부담 완화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공연은 "지난 9일 전국 소상공인 3000여 명이 국회 앞에 모여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반대 등을 호소했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이 같은 절박한 외침을 계속 외면한다면 소상공인발(發) 고용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상공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최저임금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