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AI 전환 한계…연대·협력으로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중기연, 북이탈리아 DX·AX 성공모델 분석
"연대혁신기금·공동 플랫폼 구축 필요"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달리 중소기업들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김희선·최수정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북이탈리아 협동조합 디지털·AI 전환(DX·AX)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협동조합 기반의 디지털 혁신 모델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투자 비용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대응에 한계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AI 경쟁이 데이터와 인프라, 인재 확보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최근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별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AI 전환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이탈리아 협동조합들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조성한 기금을 활용해 디지털 인프라와 AI 기술에 투자하고,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지 협동조합들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공동 구축해 조합원 기업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협동조합이 단순 공동구매나 공동판매 조직을 넘어 디지털 전환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술과 데이터, 인재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개별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성과도 나타났다. 유럽 최대 소비자 협동조합인 '쿱 알레안차 3.0'은 AI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해 휴면 조합원의 재방문을 늘리고 마케팅 효율성을 높였다.
농업 협동조합 '멜린다'는 폐광을 활용한 지하 로봇 물류 시설을 구축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물류 효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정부도 이탈리아 협동조합 모델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노용석 중기부 1차관은 지난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협동조합 MOU 및 세미나'에 참석해 이탈리아 중소기업연합회(CONFAPI), 협동조합연맹(LEGACOOP) 관계자들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협동조합 정책과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 간 사업 연계, 시장 정보 교류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보고서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연구진은 북이탈리아 협동조합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AI·디지털 전환 비용을 분산하고 기술 격차를 줄인 점에 주목했다. 특히 협동조합이 단순한 공동구매·공동판매 조직을 넘어 디지털 혁신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을 핵심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중기연은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협동조합 정책도 공동 구매와 공동 판매 중심 지원을 넘어 AI와 디지털 전환 분야까지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위해 협동조합 중심의 '연대혁신기금' 조성과 공동 플랫폼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개별 기업이 AI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만큼 협동조합이 투자와 교육, 기술 지원을 함께 수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는 연대혁신기금을 조성해 AI·디지털 전환을 위한 공동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공동 기술 자산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협동조합의 법정 적립금은 개별 조합의 재무 건전성 확보에 집중돼 있어 생태계 차원의 공동 기술 혁신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영세 협동조합의 기술 소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 밀착형 전문 기술 중개 인력을 육성하고, 기술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을 협동조합 현장에 연결하는 산학 협력형 혁신 거점 조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AI 전환은 개별 중소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이탈리아 사례는 협동조합이 단순한 경제 조직을 넘어 디지털 혁신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연대와 협력이 핵심"이라며 "기술 혁신의 성과가 지역사회와 조합원에게 다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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