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세그먼트 명칭, 우등·열등반 '낙인' 불러…상폐 속출 우려"

3개 협단체 "양극화·쏠림 심화 속 도입 유예해야…협의체 필요"
"중복상장 규제에 VC투자 전면보류, 기관자금 유입으로 풀어야"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15(벤처기업협회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세그먼트 명칭 자체가 우등반과 열등반을 나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정책 파급 효과로 양극화와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상장 폐지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개편 관련 벤처업계 정책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 시장 세그먼트 개편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세그먼트 우려·상폐 기준 확대에 시장 위축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다드' '관리군'으로 구분하고 승강제를 도입하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송 회장과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엄포럼 의장 등 벤처업계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설계 방식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규제·관리 중심 개편은 코스닥의 자본조달·회수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그먼트 명칭과 구조가 기업 간 서열화를 유도하고 낙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벤처기업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현재 구조는 시장에서 열등군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며 "서열 구조적 명칭의 제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협의체를 열어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환경 변화와 맞물려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송 회장은 "2월 발표 당시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기업은 약 50개였지만 최근 125개로 늘었다"며 "내년 300억원 기준 적용 시 대상 기업이 300개를 넘어 코스닥의 20%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자체가 아니라 속도와 시점이 문제"라며 "시장 상황 변화를 반영해 충분한 논의와 유예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15(벤처기업협회 제공)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코스닥은 장기적으로 기업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하는 기관투자자가 부족하다"며 "세그먼트 개편의 핵심은 기관 자금을 어떻게 유입시키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 투자 유입과 성장 프로그램이 병행되지 않으면 세그먼트 개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스닥 펀드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복 상장 규제에 상장사 계열 기업 투자 스톱

정부의 '중복 상장 규제'와 관련해선 VC 투자 위축이 현실화됐다고 짚었다.

중복 상장 규제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방지를 목표로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건전한 분사와 인수합병(M&A)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현재 중복 상장 규제로 상장사 계열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면 보류되거나 중단된 상황"이라며 "예외 인정 기준이 불명확해 VC들이 투자 검토 단계부터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투자와 성장, 상장 흐름이 멈췄다"고 언급했다.

협의체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업계와 금융당국 간 공식 협의 채널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다양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제도 설계 단계에서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송 회장은 "금융당국 및 거래소와 논의는 일부 시작됐지만, 통합적인 내용이 아닌 세그먼트 등 일부 사안에 국한된 측면이 있다"며 "종합적인 코스닥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었으면 한다. 시장 상황 급변에 맞춰 현장 의견을 반영할 구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쪼개기 상장 규제는 필요하지만 스타트업 자회사 상장까지 같은 잣대로 묶어선 안 된다"며 "단기적인 시가총액과 주가만으로 기업의 퇴출을 결정하면 기술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도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는 시장을 지키는 둑이지만 너무 높이면 물길마저 마른다"며 "부실은 정리하되 혁신기업 자금 조달 통로는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15 뉴스1 ⓒNews1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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