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수의 성과급 잔치…中企, 인재 확보 위해 필요한 것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최근 재계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에 힘입어 수억 원대 성과급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부 사업부 직원들은 연봉에 육박한 성과급을 받는다. "성과급만 수억 원"이라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고 그 과실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기업 경쟁력의 결과물이자 구성원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댓가다.
문제는 이러한 소식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다. 누군가에게는 성공 신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산업 간,·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중소기업계가 수년째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사람'이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고, 어렵게 뽑은 직원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난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만났던 한 전문가도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과제로 '인재 문제'를 꼽았다. 결국 사람은 보상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고, 대기업이 더 많은 보상을 제시하면 우수 인재가 그쪽으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대기업 남성 근로자의 월 임금총액은 711만 원인 반면 중소기업 남성은 393만 9000원으로 55.4% 수준에 그쳤다. 중소기업 여성의 월 임금총액은 264만 5000원으로 대기업 남성의 37.2% 수준에 불과했다.
격차는 성과급 등 특별급여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중소기업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20만 8000원으로 대기업(119만 5000원)의 17.4% 수준에 머물렀다. 종사자 4인 이하 소상공인의 특별급여는 대기업의 5.5% 수준에 그친다.
이 같은 격차는 결국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 인력 부족과 생산직 인력난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좋은 인재가 모여야 기술 혁신이 가능하고, 혁신이 있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인재가 부족하면 성장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문제를 임금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상은 조직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지표다. 직원들은 현재의 월급뿐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를 본다.
전문가들 역시 중소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히 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기보다 성과를 직원들과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돈이 없어서 못 준다"가 아니라 "성장하면 함께 나눈다"는 신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책 기조를 '보호'에서 '성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지원과 보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성장의 과실을 구성원들과 나누며, 다시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급 6억 원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만한 성과를 낸 기업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보상이다.
아쉬운 점은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의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인재는 더 좋은 기회와 보상을 찾아 이동하고, 그만큼 중소기업의 인재 확보 경쟁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임금과 성과급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성과급 6억 원 시대.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얼마를 받았느냐가 아니다. 더 많은 기업이 성장의 혜택을 구성원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혁신할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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