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세까지 갚으세요"…88년 상환 계약 맺은 지역신보

중기부 감사서 규정 위반 분할상환 약정 113건 확인
경기신보 88년·울산신보 61년 계약…"재보증 재원 부실 우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소기업·소상공인 채무를 지원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들이 내부 규정을 벗어나 채무 상환 기간을 수십 년씩 연장해 준 사실이 정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일부 채무자는 147세까지 채무를 상환하도록 계약이 체결됐고, 121세까지 갚도록 한 약정도 확인됐다.

9일 관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감사관실이 공개한 '지역신용보증재단 및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특정감사 보고서'에서 경기·강원·충남·울산 등 5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총 113건, 약 34억 2600만 원 규모 채무에 대해 규정상 허용 기간을 초과한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소기업의 대출을 보증하는 기관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지역신보가 보증한 채권에 대해 재보증을 제공하고, 보증사고 발생 시 재단의 손실 일부를 보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신보별로 세부 기준은 다르지만 대부분 분할상환 허용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 등 7개 재단은 예외적으로 허용 기간의 2배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충남·울산신보는 별도 예외 규정을 두고 운영해 왔다.

다만 감사에서는 일부 재단이 이 같은 기준을 넘어 수십 년 단위의 장기 상환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에 따르면 경기신용보증재단 등 5개 재단은 총 113건, 34억 2600만 원 규모 채무에 대해 규정에 맞지 않게 분할상환 허용기간을 초과해 채무관계자들과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했다.

실제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약정금액 5000만 원 초과 채무의 경우 최장 16년까지만 분할상환이 가능함에도 일부 채무자와 최장 88년에 이르는 상환 계약을 체결했다. 약정금액 1억 556만 7588원 규모의 한 법인 채무자는 허용기간을 72년 초과한 88년 분할상환 약정을 맺으면서 147세까지 채무를 상환하도록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신용보증재단에서도 약정금액 7624만 원 규모 채무에 대해 허용기간을 크게 넘긴 42년 분할상환 계약이 체결돼 채무자가 106세까지 상환하도록 한 사례가 확인됐다.

울산신용보증재단에서도 유사 사례가 적발됐다. 한 채무자는 약정금액 3140만 원 규모 채무에 대해 최장 14년을 넘어 61년 분할상환 계약을 체결해 121세까지 채무를 갚도록 했다. 충남신용보증재단 역시 40년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해 채무자가 106세까지 상환하도록 한 사례가 확인됐다.

감사관실은 과도한 장기 상환 약정이 채권 회수를 지연시키고 재보증 재원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무 상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지역신보는 채권을 적기에 회수할 기회를 잃게 되고, 신보중앙회 역시 재보증 보전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보고서는 "각 재단이 규정상 허용 범위를 초과해 분할상환을 허용할 경우 채권 회수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중앙회에도 그에 상응하는 재보증 보전금 상당액의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에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감사 지적사항을 토대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중앙회는 지역신보마다 분할상환 허용 기준과 예외 규정이 달랐고, 채무자의 재기 지원 과정에서 일부 재단이 상환 기간을 과도하게 연장한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보중앙회는 "금융회사의 채무상환 통지 누락분에 대한 보증 해지 조치를 완료하고 점검 프로세스를 마련했으며, 채무상환 통지 기한 명확화를 위한 약관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환급 보증료의 99% 이상을 환급하고 분할상환 기준 표준화와 내부 규정 정비를 통해 장기 상환 약정 문제에 대한 개선 조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신보중앙회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계기로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 조치를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소상공인 금융지원 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