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10년史 화두는 '성장·AI'…"성장과 보호, 균형 있는 정책 필요"
"성장 중심 전환 필요하지만 안전망 정책 병행해야"
관세·중동 리스크 대응 관건…인재난·지역차·AX 과제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내년 출범 10주년을 앞둔 중소벤처기업부가 향후 정책 방향의 핵심 키워드로 '성장', '지역', 'AI', '재도전'을 제시했다. 단순 보호와 생계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키우고, 지역 기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체계를 전면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중기부의 성장 중심 정책 전환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성장과 보호의 균형, 중소기업 인재난, AI 전환 대응, 지역 격차 해소 등이 향후 핵심 과제로 진단했다.
중기부는 저성장과 공급망 재편, AI 전환 등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생계·보호 중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책 기조 자체를 성장과 혁신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SVC서울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기부 정책은 이제 보호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며 "내년 중기부 출범 10주년을 계기로 정책 개발과 집행, 평가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10주년을 앞두고 정책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에도 착수했다. 현재 117개에 달하는 세부 사업을 통폐합하고, 분산된 예산과 집행 인력을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배치해 보다 집중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 장관은 "사업 개수가 너무 많다 보니 집행 인력도 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사업을 묶고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기업 성장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다듬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앞으로 정책 키워드를 '창업(모두의 창업)-성장(TIPS)-도약(점프업)-재도전과 안전망' 등 4단계 구조로 재배열해 전주기 성장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중기 정책에서 성장 부분이 다소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성장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며 "성장 중심 정책 전환 방향 자체는 맞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호 장치 없이 성장만 강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보호만 계속되면 발전이 어렵다"며 "성장과 보호는 균형 있게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선별해 기술개발(R&D)과 투자, 글로벌 진출 등을 패키지 방식으로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경영 애로 기업에는 회복과 사업전환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병행하는 '투 트랙'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처럼 기능별·단기 보조사업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창업-성장-TIPS-도약-재도전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성장사다리'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창업 활성화와 벤처투자 확대,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 재도전 지원 체계 강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지역 중심 성장 전략이 강화된다. 중기부는 대전·대구·광주·울산 등 4대 과학기술원 중심 지역을 '거점 창업도시'로 지정해 창업과 기술개발, 투자, 판로를 연계 지원할 계획이다. 이후 2027년까지 추가 지역을 선정해 전국 단위 창업 생태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비수도권 지원 목표제와 차등 지원 체계도 도입한다. 제조업과 AI, 에너지, 로컬상권 등 지역 특화 산업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AI와 제조혁신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넘어 AI 기반 제조혁신과 제조업 AX(인공지능 전환),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정책은 보호 성격이 강했고 벤처 분야만 창업·성장 중심으로 접근해 왔다"며 "이제는 기존 중소기업 영역도 AI 전환과 성장이라는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와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 구조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기존 중소기업들이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정책도 벤처 투자 중심을 넘어 기존 제조 중소기업의 전환과 성장을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뿌리산업과 제조 중소기업들은 인력 부족과 승계 문제까지 겹치며 구조적 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며 "지금은 단순 지원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전달체계 개편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한 장관은 "중소기업 지원 사업은 많지만 현장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중소기업·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더 세밀하게 구분해 맞춤형 정책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앞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정책도 업종·성별·업력·성장 단계별로 세분화해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1인 여성 자영업자와 로컬 기반 성장형 소상공인 등을 별도로 분류해 맞춤형 안전망과 성장 정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 체계를 정교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재난 문제도 여전히 의제다. 한 장관은 "대학생 입장에서 취업을 고민하면 눈앞에 보이는 대기업 처우가 워낙 크다 보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내 우수 연구 인력 확보 지원은 지금보다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보상 격차가 커지면서 결국 인재는 대기업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청년들은 중소기업 대신 쉬는 쪽을 선택하고,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좋은 인재가 중소기업에 들어와 연구개발과 제조 혁신을 이끌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한 보상과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며 "보상 없이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모든 격차를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도 미래 비전과 조직문화, 합리적 성과 보상 체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결국 성장을 해야 성과를 나눌 수 있고 그래야 인재와 혁신도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실패 이후 재도전 지원 체계도 강화된다. 중기부는 전국 19개 지역에 설치한 '스타트업 원스톱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창업 상담과 투자 연계를 확대하고, '재도전 응원본부'와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 재도전 펀드를 통해 실패 기업의 재기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로 확인된 전국적 창업 열기를 기반으로 창업을 일부 엘리트 영역이 아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문화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미국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 공급망 재편, 고금리·내수 부진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중소기업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수도권과 지역 간 성장 격차 역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한 장관은 "AI 혁명과 공급망 재편 같은 미래 변화 대응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현장이 급격히 어려워지는 상황도 함께 벌어지고 있다"며 "성장 정책과 안전망 정책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alexe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