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세상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최근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훈풍 속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이야기로 가득하다. 시선은 온통 주가 그래프와 시가총액, 다음 상승 종목에 쏠려 있다. 돈이 돈을 만드는 시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시기 조금 다른 실험도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다. 주식 투자처럼 이미 만들어진 기업의 가치를 사고파는 일이 아니라,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어에 먼저 베팅하는 방식이다.
생각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원자 수는 6만 2944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6월에는 5000명을 먼저 뽑을 예정이다. 지원금은 최소 200만 원부터 시작하며 최종 우승자에게는 총 10억 원 규모의 상금과 투자 연계 혜택이 제공된다. 상위 100명에게는 최대 1억 원 규모 후속 사업화 지원과 투자 연계 기회도 주어진다.
단순한 상금 경쟁에 그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멘토링과 투자 연계, 네트워크 지원 등 창업 생태계와 연결되는 다양한 성장 기회도 함께 제공된다.
흥미로운 건 숫자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것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본이 있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장도 필요했고 사무실도 필요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노트북 한 대와 아이디어, 실행력이 있으면 창업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특히 AI 시대에는 생각의 가치가 더욱 커졌다.
정부도 여기에 올라탔다. 오는 7월부터는 2차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1만명을 추가 선발한다. 규모는 더 커졌다. 앞서 탈락한 참가자들에게도 재도전 기회와 멘토링을 연계하며 문턱을 더 낮춘다. 창업을 일부 특별한 사람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문화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다만 박수만 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곧바로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창업 시장은 AI와 딥테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술도 필요하고 자본도 필요하다. 결국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단순히 '아이디어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조다.
얼마 전 만났던 한 스타트업 전문가는 "최근 AI와 딥테크 중심 스타트업은 기술과 자본, 인재가 모두 필요한 영역"이라며 "창업 붐 자체가 혁신 스타트업 증가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의미는 있다. 창업 성공률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험 자체에도 가치가 있다.
이 전문가는 "젊은 세대가 창업을 경험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부풀리기보다는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명이 성공했느냐가 아닐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꺼내볼 수 있었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누군가의 엉뚱한 생각 하나가 새로운 산업이 되고 일자리가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이거 한번 해볼까?"
어쩌면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세상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alexe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